이틀 전(24일) SNS를 뜨겁게 달군 소식 하나. '마스크에 드라이기를 사용하면 된다'는 내용이었다. 시간이 지나 가짜 뉴스로 밝혀졌지만 누군가 울산에 있는 춘해보건대 김희진(의학박사) 총장을 사칭하면서 쓴 글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열에 약하기 때문에 입었던 옷이나 사용했던 마스크를 헤어드라이기 열로 소독하면 된다'는 것. 마스크를 못 구해 애를 태우던 기자도 이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일주일 동안 썼던 마스크에 헤어드라이기를 갖다댔다.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낸 촌극이다. 마스크 생각만 하면 마냥 화가 치민다.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 나라에서 마스크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국내 일일 생산량이 1천200만 장이나 되는데도 말이다. 외신들조차 이를 기현상으로 보도할 정도다. 대구에 있는 아내는 이틀에 걸쳐 수백m 줄을 선 끝에 겨우 마트에서 30장 확보 가능한 티켓을 받았다고 한다.
예방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마스크 하나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나라. 이게 이 정권이 처음부터 주창한 '나라다운 나라'인가. 이런 와중에 중국에 수출된 마스크가 최근 5일간 500만 장이 넘는다고 한다.
이 정권과 서울 언론이 대구경북을 대하는 태도에선 울화통이 치민다. 25일 정부 여당과 청와대는 긴급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연 뒤 내용을 정리해 발표했다. 가관인 건 제목이 '대구경북 최대 봉쇄 조치'다. 내용을 보면 방역망을 촘촘히 하겠다는 것이지 대구경북을 고립시키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용어를 써도 될 터인데 굳이 자극적인 용어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반발이 전해지자 실무자가 해명에 나섰다. 중국 정부가 후베이성 우한에 취했던 이동 제한 등 지역 봉쇄가 아니라 방역상의 조치를 최대한 가동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신중하지 못했다가 대통령까지 나서서 사과하게 만들었다.
서울 언론들도 마찬가지다. 정부 발표와 보도자료 제목에 설사 '대구경북 봉쇄'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고 해도 제목과 내용이 다르다는 것을 그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대구경북민을 자극하는 단어를 거리낌 없이 갈겼다.
신천지 대구교회와 청도 대남병원에서 확진자가 집중 발생하자 정부와 서울 언론들은 '대구 코로나'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 고민없이 써댔다. 심지어 어떤 언론은 서울 서초구에서 환자가 나오자 '대구 코로나 서초구 상륙'으로 보도했다.
이렇게 되면서 경제적으로도 대구경북은 고립된 섬이 돼가고 있다. 기업들은 대구경북 출장을 금지하고 있다. 부득이 다녀온 사람들은 의무적으로 2주간 재택근무다. 대구공항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각 항공사들이 대구 노선을 줄줄이 줄이고 있어서다. 서울 금융연수원서 교육 중인 대구경북 사람들은 가능하면 주말에 집에 가지 말라는 특별지시까지 받았단다. 그러니 누가 비즈니스를 위해 대구경북을 찾겠는가. 지방자치단체의 경제나 민생을 위한 각종 회의 등도 완전히 멈추다 보니 상황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완전 그로기 상태인 대구경북. 대통령이 25일 오후 급히 대구를 방문해 특별재난지역 지정 이상의 조치를 약속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총리가 이날부터 대구에 기거하면서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진두지휘한다지만 시도민들은 불안하기 그지없다.
피폐해진 대구경북의 민심이 대통령 방문과 총리의 대구 상주로 치유될까마는 우선 마스크만이라도 쉽게 구입하게 하라. 25일에야 겨우 '수출 물량을 제한해서 대구경북에 우선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면 민심은 폭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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