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증후군(Down syndrome)은 21번 염색체가 1개 더 많아서 나타나는 유전성 질환이다. 1866년 영국 의사 존 랭던 하이든 다운이 처음으로 그 존재를 발표하면서 '몽골리즘'(Mongolism)이라고 명명했다. 얼굴 모습이 동부 아시아인(Mongolian)을 닮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다운은 이 질병이 퇴보한 격세유전의 결과 우수한 백인종이 열등한 동양 인종으로 퇴화 변이를 일으킨 것이라는 가설까지 제시했다.
어이없는 인종차별적 병명이었지만, 거의 100년을 버텼다. 1965년 몽골 정부의 요구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 명칭을 다운의 이름을 딴 '다운증후군'으로 정하고서야 의학계에서 사라졌다.
반대로 당사자의 강력한 요구에도 바뀌지 않는 병명이 있다. '냉방병'으로 불리는 레지오넬라증이다. 1976년 미국 필라델피아 재향군인회 행사에 참석한 참전용사 221명이 감염돼 34명이 사망한 것이 그 유래다. 사망자 대부분이 재향군인(Legionella)이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이에 재향군인회는 항의했지만,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
특정 국가나 인종, 집단을 매도하지 않는 중립적 병명이 창조되는 경우도 있다. Syphilis(매독)가 그렇다. 이탈리아의 의사이자 시인인 지롤라모 프라카스토로가 1530년에 발표한 라틴어 시 '매독 또는 프랑스병'(Syphilis sive morbus gallicus)에서 이 단어를 처음 썼다. syphilis는 그리스어 'sys'(돼지)와 'philos'(사랑)의 합성어로 시의 주인공 이름이다.
그러나 매독보다는 '프랑스병'이 더 파급력이 있었다. 이를 시작으로 매독은 유럽에서 '이탈리아병' '스페인병' '폴란드병' 등 앙숙인 국가들이 서로 매도하는 병명을 갖게 됐다.
일부 온라인 매체와 SNS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를 '문재인 코로나' 또는 '문재인 폐렴'으로 부르거나 부르고 싶다며 문재인 정권에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그 수하(手下)들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중국 시진핑의 눈치를 보며 중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지 않은 것이 국내 감염 확산의 도화선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게 댕겨진 감염의 불길은 이제 통제 불능 상태이다. '문재인 폐렴' '문재인 코로나'라는 소리가 맹목적 비난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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