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선택과 관련해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의 아들 파리스 이야기입니다. 파리스에게 어느 날 세 명의 여신이 나타납니다. 아테나, 아프로디테, 헤라. 그들은 우리 중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 묻습니다.
파리스는 누구를 선택할까요? 그리스 최고의 미녀를 주겠다는 아프로디테를 선택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을 했지만, 이는 그리스 연합군과의 전쟁(트로이 전쟁)을 촉발시킵니다. 그리스 최고의 미녀인 헬레네는 이미 스파르타 왕의 아내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갑니다. 무엇을 먹을까와 같이 매일 반복되는, 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한 영역의 선택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학교(직장)를 선택할까와 같이 사회적 관계성을 띄는, 굵직한 선택도 있습니다.
일상의 크고 작은 선택이 모여 우리의 삶을 만들고, 저마다의 삶이 모여 한 시대를 만듭니다. 앞서 든 사례처럼 우리네 삶은 개개인의 작은 선택이 모여 한 시대의 역사라는 커다란 톱니바퀴를 움직이고, 또 그것은 다시 작은 톱니바퀴를 움직이는 구조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일

역사는 앞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입니다.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많은 선택 앞에서 두려워하고 막막해하는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비록 역사가 한 줄로 요약해 처리했더라도 글자로 담아내지 못한, 수많은 사연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역사는 연도나 사람 이름을 외우는 암기과목이 아니라 시대를 거슬러 사람을 만나는 일임을 강조하는 책이 '역사의 쓸모'(최태성 지음)입니다. 평면적이었던 인물을 마치 내 옆에 살아 숨쉬는 사람처럼 되살리는 게 역사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역사 속 인물의 고민과 그 가운데 내린 선택을 오늘 나의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려보라고 조언합니다. 그때 '만약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질문하면서 오늘 내 삶의 문제와 그 실마리를 찾도록 권합니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단 한 번 주어지는 것이기에 어떻게 살지를 두고 우리는 늘 고민합니다. 조선 중기에 굶어 죽은 시신이 거리에 널린 걸 보면서 실학자 김육은 좌우명이 생깁니다. 애물제인(愛物濟人·만물을 사랑해 사람을 구제하자). 그는 '한 번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자신의 온 일생으로 답했다고 저자는 평가합니다.
또한 동학농민운동에선 이름 없는, 다수의 농민군에게 주목합니다. 이들은 용감해서가 아니라 죽음을 두려워하며 나라를 위해 싸웠을 것이라고요. 하나뿐인 목숨이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다만 자신이 누리지 못하더라도 다음 세대가 더 나은 세상을 살기 바라는 희망으로 죽음을 불사한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요.
◆ 문학 흐르는 인생

문학은 시대를 반영합니다. 또한 인간의 삶은 문학 속에 잘 녹아 있습니다. 이미륵의 자전적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는 한국에 대한 얘기이지만 독일어로 쓰여졌습니다. 1889년생인 이미륵은 일제의 감시를 피해 유럽(독일)으로 가는 것을 선택합니다. 독립선언문 낭독과 만세 운동의 현장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인생은 나라의 운명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는 역사의 굵직한 꼭지를 담담한 필체로 묘사합니다. 머나먼 타국으로 가는 과정 또한 감정을 절제하듯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아니 절제라기보다는 오히려 너무 힘이 들어 무감각해져 버린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어머니와 헤어지는 장면도 무심한 듯 그대로 보여줄 뿐입니다. 책 전체가 조국과 고향에 대한, 깊은 향수로 느껴져서 읽는 이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합니다.
우리는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당시의 역사를 읽습니다. 또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한 사람을 발견합니다. 거시의 역사는 미시인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인간의 삶들이 모여 다시 거대한 역사를 움직입니다. 즉 역사의 수레바퀴는 인간 개개인의 삶을 규정하고 제한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자유를 향해 움직여 왔습니다. 그래서 억눌린 자유와 차별은 더 나은 삶을 희망하는 용기있는 선택을 통해 다시 표현됩니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선택의 상황에서 역사나 문학 속 누군가를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요?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