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병원에 보낼 때는 너무 마음이 아파 펑펑 울었는데 지금은 기뻐서 눈물이 쏟아질 것 같네요. 확진자 가족이 음성 판정을 받았답니다. 얼마나 다행인가요?"
27일 경북 영주시보건소에서 만난 권경희(56) 건강관리과장은 책임자답게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의뢰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며 가슴 졸이는 게 일상이 됐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우리 지역만은 제발 무사히 지나가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했는데, 더 확산되는 건 어떻게든 막아야죠."
권 과장에게 청천병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 것은 지난 21일. 예천군청에서 이스라엘 성지순례자 확진자 중 1명이 영주에 거주한다고 통보해 왔다. 이튿날 주민 A(61·여) 씨가 확진 판정을 받은데 이어 24일에는 대구에 사는 B(20·대학생· 영주 가흥동)씨가 추가로 확진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그는 필사적으로 방역에 매달렸다. '더 이상 추가 확진자가 나오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접촉자 파악에 나서는 등 동분서주했다. 환자의 병원 이송 문제를 놓고도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며 경북도 관계자와 목소리를 높인 끝에 신속하게 병원을 지정받았다.
지난 24일 오후 9시쯤 영주 두번째 환자를 포항의료원으로 이송할 때는 직접 앰뷸런스에 올라 엄마의 마음으로 환자 이송을 도왔다. "당시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어요 그저 이 아이가 얼마나 무서울까! 내 아이라면 마음이 어떨까 하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포항의료원에 환자를 인계하고 돌아올 때는 차 안에서 펑펑 울었어요. 지금도 생각만 하면 마음이 아파요. 33년 공무원 생활하면서 지금처럼 마음 아픈 적이 없어요."
끝내 눈물을 글썽이던 권 과장은 "검사 결과를 통보받기까지 며칠 동안은 제 수명이 단축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결과가 좋게 나오면 자식이 태어날 때보다 더 기쁘다"며 두 손을 모았다.
한편 영주시에는 27일 오후 현재 확진자 2명, 자가격리자 15명이 있으며 선별진료소 검사 36건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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