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지도 않은데 지식이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온다. 그걸 외워대다 보면 '왜'라고 질문하는 법도 잊어버린다. 거기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기도 어렵다. 공부의 바탕이라는 지적 호기심이 안 생기니 공부를 스스로 해나가기 힘들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배우려는 욕구가 필요한 시대다. 그리 되려면 잠시 내려놓고 한숨을 돌릴 필요가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우리 일상을 뒤흔들고 있다. 학교 개학도 3주 연기됐다. 학생, 학부모 모두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이 적지 않다. 이맘때 더욱 유용하게 활용할 만한 게 '케이무크(K-MOOC·Korea Massive Open Online Course)'. 다양한 분야와 주제로 개설된 강좌들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채우는 데 도움이 된다.
이상론에만 치우친 얘기가 아니다. 우리 현실에서 외면하기 어려운 게 대학입시다. 대입을 준비할 때도 도움이 된다. 케이무크를 활용하거나 책을 읽는 등 지적 호기심을 채워가는 과정은 대입에서 주요 서류인 학생부에 녹아든다. 지적 호기심이 강한 아이가 공부도 잘 할 가능성이 크다. 케이무크는 괜찮은 교재가 될 만하다.
◆케이무크, 세상을 넓고 깊게 보는 도구
대학·기관의 우수 온라인 강좌를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무료로 수강할 수 있는 서비스. 교육부가 정의한 케이무크다. 교육부가 케이무크를 도입한 건 2015년 10월. 고등교육 개방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시작한 것이다.
케이무크는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 공개강좌 '무크(MOOC)'의 한국판 버전. 무크에는 미국 하버드대와 메사추세츠공대(MIT) 등 우수 대학들이 참여 중이다. 케이무크 역시 94개 국내외 유수 기관이 참여해 지난해만 745개 강좌를 운영했다.
학생들은 케이무크를 통해 다양한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다. 깊이 있는 학습이 필요하다면 이곳을 들르는 것도 괜찮은 방법. 학교와 교과서가 제공하지 못하는 것을 이곳에서 채워갈 수도 있다. 정치, 경제, 역사, 철학, 과학, 예술 등 컨텐츠가 풍부하다.

강좌 만족도 조사(작년 12월 31일 기준)에서 상위권에 오른 강좌는 ▷심리학 스타트(충남대 전우영 교수) ▷화학으로 본 세상 이야기(숙명여대 박동곤 교수) ▷다시 찾는 조선의 역사와 인물(건국대 신병주 교수) ▷가족과 건강 : 알기 쉬운 간호학(울산대 이복임 교수) 등이다.
진로, 진학 문제에서도 케이무크가 한몫할 수 있다. 자신이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고교생이 적지 않다. 케이무크에서 다양한 강좌를 접하며 꿈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개학 후 관심사가 비슷한 학생끼리 모여 탐구활동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은 여전히 주요 전형 중 하나. 여기다 문·이과가 통합되는 흐름을 고려할 때도 케이무크는 효과적인 도구다. 대학이 요구하는 전공적합성, 자기주도성, 성실성 등을 보여줄 수 있고 과목 간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교육에도 활용할 만하다.
대학 수준의 강의임에도 고교생들에게 적지 않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게 이 때문이다. 교육부가 밝힌 지난해 '연령별 케이무크 회원 가입자 수' 자료에 따르면 20~29세가 46.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데 이어 20세 미만이 17.4%로 뒤를 이었다.
케이무크가 제공하는 강좌를 들으려면 홈페이지(www.kmooc.kr)에서 회원에 가입하는 게 먼저다. 이어 수강 신청 후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문·이과 계열 일반 교양부터 심화 강의까지 개설 중이다. 과목별 담당 교수나 조교와 질의응답도 가능하다.
◆교육부, 케이무크의 양과 질 강화

케이무크는 큰 폭으로 성장 중이다. 매년 강좌 수, 회원 수와 수강 신청 건수가 증가 추세다. 강좌는 2015년 27개에서 2019년(12월 말 기준) 745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가입 회원 수가 3만5천여 명에서 50만5천여 명, 수강 신청 건수도 5만6천여 건에서 116만8천여 건으로 증가했다.
안방에서 질 좋은 강좌를 경험할 수 있는 게 케이무크의 큰 장점이자 성장 동력. 배우는 재미와 흥미도 이어갈 수 있다. 성인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좋은 교재가 되는 이유다.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는 매력에 교육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교육부는 최근 '2020년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케이무크 강좌를 늘릴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파급력이 있게 다양한 형태의 강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또 케이무크를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교육부는 '2단계 무크 선도대학' 15곳을 선정, 우수한 강좌를 개발할 수 있게 지원한다. 선정된 대학들이 강점과 특화 부문 등 개발할 분야를 자율적으로 정해 다양하고 참신한 강좌를 제공하도록 할 방침이다. 2015~2017년엔 1단계로 매년 10개교를 선정, 지원한 바 있다.
인공지능(AI)에 대한 강좌도 강화한다. 수강 목적에 따라 AI 분야 강좌를 체계적으로 들을 수 있도록 맞춤형 과목과 학습 순서 등 학습 길잡이(이수 체계도)를 제공한다. 기초부터 심화과정까지 엮어 체계화하는 것이다. 3월 중 AI 강좌 분류체계 내에서 확인해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다양한 강좌를 운영하다 보면 아무래도 수요가 많은 게 있기 마련이다. 그 같은 분야의 강좌를 개발, 제공하는 데도 힘을 쏟는다. 4차 산업혁명 분야가 대표적. '묶음강좌(특정 분야 4, 5개 강좌를 하나의 교육과정으로 제공하는 것)'를 개발해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한다.
우수한 콘텐츠가 있어도 활용하기 편해야 많이 찾게 된다. 이번 계획에는 수강 신청 단계에서 학습자 정보(가입 목적과 학습 이력 등)를 활용한 최적 강좌 추천 기능, 강좌 동영상 미리보기 기능을 신설한다. 원하는 강좌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게 하려는 시도다.
또 3~4월 중 신규 개발할 강좌를 선정, 하반기부터 제공한다. 강좌 수는 900개 이상으로 확대한다. 케이무크는 비용 부담이 없다는 면에서 교육의 기회 균등이라는 가치에도 부합한다. 고교생 자녀뿐 아니라 평생교육 차원에서 학부모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