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열과 호흡기 증상을 보여도 4~5일간 집에서 경과를 지켜보라는 정부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을 따랐다가 상태가 더 악화했다는 대구 한 가장의 절규에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지난 26일 고열과 호흡곤란 증세로 119구급차를 타고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에 도착했다는 A(46) 씨는 검사 결과 폐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코로나19 감염인지는 좀더 살펴봐야 한다고 판단한 의료진은 A씨에게 당장 입원할 병상이 없으니 일단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는데다 혹시 모를 감염을 우려한 A씨는 집에 4살 쌍둥이와 6살 큰 딸, 아내가 있다며 당장 입원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자신의 사연을 올린 A씨는 보건소에서 알려준 메뉴얼대로 행동하다 이 지경에 이르렀다고 분노했다.
A씨에 따르면 A씨가 37.5도의 미열을 보인 건 지난 17일부터였다. 그러나 남구보건소는 38도가 넘어야 선별치료소에 갈 수 있으며 2차 감염 우려가 있는 선별진료소보다는 자가격리치료를 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안내했다.
앞서 정부는 물론 대한감염학회 등 국내 11개 감염·역학 관련 학회는 발열 또는 기침 증상이 경미하게 발생한 환자는 일반 감기약을 먹으면서 4, 5일간 외부활동을 자제한 채 집에서 경과를 관찰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보건소의 안내에 따라 집에서 대기하던 A씨는 25일 저녁부터 26일 오전까지 열이 39도까지 치솟는 등 증세가 악화됐다. 결국 쓰러진 A씨는 119구급차를 타고 대구의료원 선별 진료소로 향해야 했다.
A씨는 또 선별진료소에 가도 신천지와 관련이 없으면 17만5천원의 본인 부담금을 내야 진단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정부는 신천지 신도 등과의 접촉 여부와 해외 여행력, 의사소견 등이 있으면 무료로 검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본인이 원해서 검사하면 자기 부담금을 받고 있다. 다만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나오면 환불해주고 있다.
A씨는 "돈 없는 노인들은 진료비 이야기에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확인했다. 나는 신천지, 해외여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2주 동안 인근 마트를 제외하고는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냈다. 마스크 한 장 제대로 못 사는 대구 시민들은 정말 힘들게 버티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의 글에 28일 오후까지 약 6만7천여명의 시민들이 동의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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