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꼼수 정당' 비판해 놓고 비례 정당 만든다니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비례 정당을 만들기로 방향을 잡았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인영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전해철 당 특보단장 등 민주당 핵심 인사 5명이 26일 미래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미래한국당)에 맞대응하는 위성정당을 창당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 탄핵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비열한 꼼수라고 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미래통합당, 그 이전에는 자유한국당의 비례 정당을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해찬 대표는 "위성 정당이 아닌 위장 정당"이라 했고, 이 원내대표는 "종이 정당, 창고 정당, 위장 정당이며 한마디로 가짜 정당, 참 나쁜 정치"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 민주당이 그런 정당을 만들어 '참 나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자기부정도 이런 자기부정이 없다.

비례 정당은 민주당이 범여권 군소 정당을 끌어들여 통과시킨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에 '운명적'으로 잉태돼 있던 것이다. 선거법 개정안을 만들 때부터 '비례정당'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치된 전망이었다. 현실은 그대로 됐다. 통합당이 비례 정당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통합당은 선거법을 반대했기 때문에 비례 정당 창당은 정도(正道)는 아니지만 만들 자격이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그렇지 못하다. 비례 정당이 나올 수밖에 없음을 알고도 선거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비례 정당을 만지작거렸다. 총선에서 민주당의 확보 가능 비례 의석이 전체 47석 중 6, 7석에 그쳐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이 제1당이 되는 것은 물론 과반인 150석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면서다. 이에 민주당은 당 외곽의 비례 정당 창당 주장에 '의병' '민병대' 운운하며 비례 정당 창당의 속내를 드러냈다.

이번 5인 회동의 '합의'는 그 연장선에서 이제 논의는 그만하고 실행 단계로 '점프'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표에 눈이 멀어 대(對)국민 사기극을 벌이겠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 5인 회동의 멤버인 윤 총장은 지난 1월 "민주당의 전략은 정공법"이라며 "비례민주당을 만들면 국민의 매서운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 말대로 하라. 민주당은 '정도'(正道)를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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