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코로나19의 감염자가 속출하던 대구경북은 그로기 상태였다. 대구는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경북은 대구 신천지교회와 연관되는 확진자들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또한 청도 대남병원과 이스라엘 성지순례 등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집단 확진도 경북에서 발생했다. 매일 급증하는 확진자때문에 지역에서는 대비 방역은 물론 확진자의 동선을 따라 추후 조치까지 진행되면서 방역물품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런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안동소재 청아의 권오철(37) 대표는 경기도 안성에서 제조된 방역물품을 싣고 안동시를 찾았다. 이날 권 대표는 자신이 판매하는 살균소독제 티엘클린(원액) 1L 120개와 티엘쿠오 스프레이 500ml 100개(650만원 상당)를 안동시에 기증했다. 이번에 기증한 티엘클린은 660만㎡(200만평) 규모에 방역할 수 있는 양이었다. 안동시로서는 이 소독제의 기증이 가뭄에 단비 같았다.

이날 기증식에서 권영세 안동시장은 "전국적인 현상이라 주문한 방역용품이 제때 오지 않아 방역에 차질이 생길 때도 있고 시민들 역시 많이 불안해하는데 이번 기증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방역업계는 물품을 구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졌다"며 "하지만 내가 덜 팔더라도 내 고향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수급한 소독제를 안동시에 전했고 조만간 영양군에도 기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산화초산을 원료로 한 살균소독제를 판매하는 회사를 지난해 안동에 창업했다. 사업 초기라 판로가 약했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살균소독제의 수급이 급증해 지금은 몸이 두개가 필요할 정도로 바쁘다. 특히 살균소독제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어디든 구해만 주면 웃돈을 부쳐 살 정도였다. 그런데 그는 이윤을 좇지 않고 안동·영양에 연이어 기증을 계획하고 있다.
권 대표는 "쓰임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했고 쓰임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 찾아가야 된다는 것이 나의 신조"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영양군 수비면 출신으로 안동고를 졸업한 지역출신이다. 그는 한양대 공대를 졸업한 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 근부하다가 돌연 사표를 던지고 방역업계에 발을 들였는데 그런 사연도 재밌다.
2013년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인 메르스가 전 세계를 위협할 때 첨단산업의 강국이었던 대한민국도 바이러스 하나에 그대로 무너졌다.
그는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첨단산업을 갖고 있었고 그 중심의 기업에서 나는 일하고 있었다"며 "당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과학도, 인류도 바이러스를 이기지 못하고 오히려 두려워했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산업 전 분야를 뒤흔들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권 대표는 목표가 생겼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부였다. 그는 틈틈히 이 분야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몇년 뒤 업계의 한 선배가 반도체에 쓰이는 과산화수소를 활용해 과산화초산 소독제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그는 그 소식을 듣고 곧바로 사표를 냈다. 그는 이 소독제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널리 쓰일수 있도록 자신의 미래를 다 건 것이다. 그러던 중 지난해 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이 소독제가 업계에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는 "이 소독제의 원료가 된 과산화초산이 코로나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다는 미국 테스트 기관의 보고서와 세계보건기구의 발표 덕에 이번 방역에도 유용이 쓰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의 화학류 테스트 기관인 마이크로켐 연구소(Microchem Laboratory)에서 최근 진행한 살균제 성분에 따른 테스트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과산화수소+기타 유효성분' 으로 제조된 살균제가 노로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홍콩인플루엔자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또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최근 '코로나19' 방역 목적으로 염소계열과 알코올 75%, 과산화초산, 클로로포름 등 4개 성분의 소독제를 추천하고 있다.
특히 권 대표의 소독제는 영하 30℃까지 살균력이 발휘되고 염소계열 소독제 대비 최대 1천배의 살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체에 무해하고 안전하기 때문에 다양한 곳에 활용될 수 있어 더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그의 소독제다.
권 대표는 "코로나19 사태가 숙지면 이 소독제가 활용될 수 있는 더 많은 곳을 찾아볼 계획"이라며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경주마가 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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