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달구벌 대구에 빛고을 광주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다시 한번 빛을 발하는 달빛동맹이다. 꽃샘추위를 견디고 드디어 온 봄 같은 소식이다. 광주공동체 이름으로 발표된 담화문에는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국가 상황을 언급하며 휘청거리는 경제와 일상을 잃어버린 국민, 특히 급증하는 확진자로 병상이 모자란 대구의 어려움을 나누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면서 '5월 광주가 외롭지 않았던 것은 뜻을 함께해 준 수많은 연대의 손길이 있었기 때문이고 이제 그 빚을 갚아야 할 때'라고 직시했다. 담화문을 읽고 감동이 밀려왔다. 그것도 3·1운동 101주년 기념일에 말이다. 이런 모습이 우리 국민의 참모습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해줬다. 국난이 있을 때마다 극복의 원동력은 국민이었다는 것을 역사의 한 페이지에 새길 일이다.
5·18 광주 민주화항쟁 이후 광주와 대구는 마치 둘로 갈라선 형제 같았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그들 스스로가 갈라선 것이 아닌 갈라지게 만든 세력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자신들의 과오를 덮으려 고립시키고 이간질시킨 그들은 스스로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두 도시의 화합을 못 견뎌할 것이다.
담화문에도 언급했듯이 '대구와 광주는 달빛동맹으로 맺어진 형제도시'다. 대구는 2·28정신을, 광주는 5·18정신을 통해 담아낸 정의와 민주주의를 함께 실천하겠다는 약속이다. 달빛동맹은 '달구벌 대구'의 '달'과 '빛고을 광주'의 '빛'을 합성한 단어다. 그 역사를 따라가 보니 2009년 대구경북이 첨단의료복합단지로 선정되자, 의료산업 공동 발전을 위한 업무 협약을 서울에서 맺은 것이 시작이고 이때부터 달빛동맹이라는 말을 썼다고 한다. 이후 2013년 3월 대구광역시와 광주광역시가 본격적인 교류 협약을 체결하고 2·28 민주운동 기념식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면서 우의를 다져오고 있다. 2015년에는 달빛동맹 민관협의회를 구성하고 조례를 만들었으며 각계 전문가 30명을 위원으로 선정했다. 민관협의회는 상·하반기 두 도시를 오가며 열리고 있다.
어려울수록 단결의 힘이 강해지는 우리 민족의 자존감을 제대로 보여준 달빛동맹은 433년 백제 비유왕과 신라 눌지왕이 맺은 이후 약 70년간 이어온 나제동맹을 생각나게 한다. 삼국으로 나눠진 고대국가 시절, 신라와 백제가 동맹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한반도라는 땅에서 하나의 언어를 사용했던 한 민족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비록 나제동맹은 두 번의 동맹 이후 소멸됐지만 달빛동맹은 동서 간 다양한 교류를 통해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달빛동맹 소식과 함께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놓여 있는 대구에 연일 국민들의 지원과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한 핏줄이고 한 형제자매라는 걸 느낀다. 의료진들과 질병본부 직원들의 사투를 TV를 통해 볼 때마다 가슴마저 먹먹해진다. 정말 고맙고 고마운 일이다. 이런 모습이 국민의 저력이다. 간혹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정치적 망동으로 속이 상하지만 분명 우리는 코로나19를 이길 것이라는 확신과 믿음을 갖는다. 곧 봄이 올 것이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이성부 시인 '봄' 전문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저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 흔들어 깨우면 /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 너를 보면 눈부셔 /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 이성부 시인 '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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