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로 대구경북은 물론이고 나라 전체가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대단히 안정적이고 체계적일 것이라고 믿었던 우리나라 방역시스템은 코로나19에 민낯을 드러냈다. 열이 펄펄 끓고 호흡이 어려워도 사흘을 기다려야 겨우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검사기관과 의료 인력이 부족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병상 부족으로 병원 치료 한 번 받지 못한 채, 집에서 입원을 기다리다가 사망하는 일도 발생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 국가에서 시민들이 방역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모든 일상을 뒤로한 채 이른 아침부터 수백m에 달하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기다리고도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해 빈손으로 돌아서야 했다.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나라에서 방역용 마스크 하나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병상이 없어 환자가 집에서 죽어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취약한 방역시스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동시에 빛나는 시민의식을 보여준 사태이기도 하다.
상황이 우려를 넘어 위험한 지경에 이르자 정부의 초기 대처에 반감을 품었던 시민들도 "이 상황에서 정부를 탓하고 신천지교회를 욕하고, 누군가를 원망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며 스스로 조심하고, 격리하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구시의사회(회장 이성구)는 '코로나19로부터 대구를 구하자'며 "존경하는 의사 선생님들! 지금 바로 선별진료소로, 대구의료원으로, 격리병원으로, 응급실로 와주십시오. 이 위기에 단 한 푼의 대가, 한마디의 칭찬도 바라지 말고 피와 땀과 눈물로 시민들을 구합시다"라고 호소했다. 이 호소에 대구경북은 물론이고 전국에서 수백 명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대구로 달려와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시민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대구경북을 비롯해 전국에서 병원으로 달려온 의료진, 대구시민들, 대구경북의 모든 공직자들, 나아가 멀리 광주시민들까지 작금의 환란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발 벗고 나섰다. 우리 공동체를 돕기 위한 기업과 착한 건물주, 시민들의 동참이 줄을 잇고 있다.
일부 언론이 대구시내 매장의 특정 시간대, 특정 매대를 촬영해 '싹쓸이'라고 보도했지만, 대구 어디에서도 싹쓸이는 없었다. 시민들이 불안한 마음에 생활용품을 조금씩 더 사들인 것은 맞지만 뒤에 올 시민이 빈손으로 돌아서도록 하지는 않았다. 이 미증유의 환란 속에서도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생활 규칙을 지켰고,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된 원인을 원망하고 비난하자면 대상이 왜 없겠는가. 하지만 적어도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서는 누구를 원망하지도 비난하지도 말자. 이 난국을 헤쳐나가는 데 우리 모두 힘을 보태고, 서로를 격려하자. 그것이 스스로 돕는 길이고, 가족과 공동체를 지키는 일이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을지 알 수 없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세상을 떠날지 모른다. 우리 도시가 봄빛으로 물들어도 코로나19 사태는 가라앉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 훨씬 큰 고통을 안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패하지 않을 것이다. 견디기 힘든 것을 견디고 해내기 힘든 일을 해내며, 우리에게 주어진 일을 하나씩 하나씩 수행하는 동안 코로나19는 물러갈 것이다. 만나서 악수하고 미소 지을 청정한 새날은 반드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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