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다녀가고 국무총리가 내려와 코로나 방역 현장 지휘에 나서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의 시선은 무표정하다 못해 싸늘하다.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실제적인 대응에 나서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족한 병상 및 중증 분류체계 확충이나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체계 구축 등이 여전히 답보 상태인 것이다.
시민들은 '원론적인 얘기나 반복할 거면 왜 왔느냐'고 되묻는다. '대구 코로나' '대구 봉쇄' 등으로 속내를 드러낸 정부·여당의 편협한 처사와 안이한 대응에 이미 큰 상처를 입은 시민들이다. 총리의 행보에 대해 '선거용'이란 비아냥까지 나오는 이유이다.
확진자가 하루에 수백 명씩 늘어나며 일주일 만에 3천 명을 넘어섰다. 앞으로 또 얼마나 더 늘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확진자 규모를 쫓아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었다. 정부가 이제야 감염 봉쇄가 불가능하다며 치료 중심으로 방역 대책을 전환한다고 밝혔다. 광범위한 지역사회 확산을 인정하면서 확진자 규모를 배 이상으로 늘려 잡아 대처하는 전략 변경이 시급하다는 의료계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기왕에 병상 확보가 어렵다면 우선 병원이 아닌 별도의 격리 시설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었다. 자가격리 중인 경증 확진자들을 독립된 시설에 모아 교차감염을 막으면서 병세가 악화되면 큰 병원으로 옮기는 시스템이다. 또한 경미한 확진환자와 병력이 있는 기저질환자 등 확진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하고 입원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안을 시행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는 상황을 시민들에게 솔직히 알리고 대응 방안을 공유하며 함께 위기를 타개해 나가야 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 '현실에 맞는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역 의료계와 현장의 목소리를 받아들인 것은 당연하다. 지금부터라도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전 국민이 전염병의 위협에 노출되고 있는 국가 비상사태에 대통령과 총리가 존재감이 없는 게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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