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영국에 체류할 때, 현대사에서 인도를 대표하는 두 인물인 시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와 민족운동가 '마하트마 간디' 중 누구를 더 높이 평가하느냐는 질문을 여러 사람에게 던져본 적이 있었다.
그중 젊은 시절 대영제국 인도총독부에 근무한 적이 있는 정치학박사 리퍼는 "인도 출신으로 인도 바깥 세계에 널리 알려진 초인은 두 분으로 그중 한 분은 석가모니라 불리는 고타마 싯다르타, 또 한 분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타고르"라고 답했다.
이 말에 놀란 필자가 이렇게 되물었다. "제가 아는 불교 창시자와 시인 말씀이십니까?"
이에 리퍼 박사가 말했다. "그건 내가 하는 말이 아니고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역사가, 아널드 조지프 토인비가 한 말이며, 토인비는 인류 역사상 최대 기적은 바로 인도에서 생겨난 불교가 동서양에 널리 포교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인도 토착 종교인 힌두교에 밀려난 불교가 동서양에서는 인정받았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석가모니는 한 나라 왕국의 왕자라는 세속적인 특권을 포기하고 중생을 구하기 위해 도를 깨쳐 실천했으며, 결국 불교는 국수주의 종교가 아닌 인류 보편적인 종교가 됐다. 타고르 역시 인도 최상층 신분인 브라만으로 태어났지만 그 특권을 포기하고 평민 신분으로 자진 강등해, 중생을 깨우치고 행복을 누리게 하고자 했으며 결국 그 공로로 동양인 최초로 노벨상을 받기도 했다고 부연 설명을 했다.
"타고르의 노벨상 수상이 세계 5대 종교에 손꼽히는 불교를 창시한 석가모니와 같은 평가를 받는다는 말씀입니까?"라고 필자는 되물었다.
인도 정치사를 전공한 리퍼 박사는 자신의 설명을 덧붙였다.
서양의 여러 나라들이 식민지 개척 경쟁을 벌이며 세계로 향했을 때, 제일 먼저 발을 들여놓은 나라가 인도였다. 인도를 동양 개척의 교두보로 삼고자 했다. 하지만 그들은 인도가 뚫기 어려운 철옹 장벽의 두 가지 특성을 갖고 있음을 깨달았다.
바로 3천여 년 이어져 내려온 신분 제도인 카스트 제도와 인도인의 사회생활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힌두교 사상이었다. 인도 주재 영국총독부는 첫 장벽으로 생각한 신분 제도를 무너뜨리고자, 특권 계급인 브라만이 계급 타파에 앞장서면 특혜를 주는 정책을 내세웠다.
이에 대대로 브라만 특권을 누려온 타고르의 조부 대(代)에 평민 계급인 바이샤로 자진 강등해 거대한 재력가로 부상했다. 타고르 가문은 브라만 계급이 누리던 특권은 잃었지만, 그 대가로 얻은 엄청난 재산으로 손자 타고르에게 범세계적인 안목을 넓히도록 영국 유학을 보냈다. 영국 유학 생활을 마친 타고르는 귀국 후 인도인들을 계몽하고자 교육기관인 산시니케탄을 설립해 무료로 교육을 실시했다.
그러다 1913년, 타고르가 영어로 쓴 시집 '기탄잘리'가 마침내 동양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노벨상이 제정된 지 13년 만이었다고 했다.
"타고르의 노벨문학상은 문학 작품의 위대성을 평가한 부분도 있겠지만, 쉽지 않았던 신분제 폐지에 가문이 적극적인 역할을 한 데 대한 공로상인 셈이네요. 문학상이지만, 평화상 성격이 다분하네요"라고 말하며 필자는 타고르를 잘 아는 그에게 다시 간디와 타고르의 관계에 대해서 물었다.
그는 "간디 이름 앞에 붙인 '마하트마'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요? 그건 '위인'이라는 뜻이고, 그 칭호를 붙여준 사람이 바로 타고르였다. 타고르는 간디보다 열 살 정도 나이가 많았지만 무척이나 간디를 아꼈다"고 했다.
이처럼 타고르와 간디는 막역한 사이였지만, 이들을 향한 평가는 조금 엇갈렸다. 타고르는 노벨상을 수상한 뒤 세계의 위인으로 불린 반면, 간디의 경우는 달랐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의 독립을 위해 비폭력 무저항주의 운동에 앞장선 그는 인도 내에서는 위인 대접을 받았지만 영국에서는 조롱의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처칠 총리는 간디에 대해 이렇게까지 평가했다. "저 궁상스러운 늙은이, 반나체로 인도 전통 물레만 돌리지 말고 서양 선진 문명을 받아들일 연구나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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