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1시 30분 영남대 교육개발센터 스튜디오. 이 대학 미술학부 임남수 교수가 3학점 교양과목인 '미술사'에 대한 영상 제작을 하고 있었다. 그는 카메라 앞에 서서 대형 모니터에 미리 제작한 PPT를 띄워놓고 녹화를 했다. 이날 임 교수는 오전과 오후로 나눠 모두 3시간 40분 동안 촬영했다.
임 교수는 앞서 온라인 강의 제작을 해본 경험이 있어 준비하는 데 큰 무리가 없었지만 학생들이 걱정이라고 했다.
임 교수는 "오프라인 수업과 달리 온라인 강의는 즉각적인 소통을 할 수 없어 진도를 못 따라 오는 학생이 생길 수 있다"며 "온라인 강의를 제작해본 경험이 없는 교수들은 영상 제작에 무척 애를 먹을 것"고 말했다.
대구권 대학들이 개강 후 2주간 수업을 비(非)대면 원격으로 진행하기로 방침(매일신문 2월 28일 자 8면)을 정했지만 강좌 내용 부실과 학생들의 반발 등 시행까지 많은 난항이 우려된다.
지역 대학들은 개강을 애초 계획대로 16일에 하는 대신 개강 후 2주간(16~27일) 전체 교과목을 휴강하고 휴강분을 원격수업으로 진행하기로 잇따라 결정했다. 이후에는 코로나19의 확산 추이 등을 고려해 원격 수업 연장 여부를 선택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학들이 재택수강을 통한 원격 수업을 전면적으로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시행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예상된다.
먼저 전체 강좌를 모두 온라인으로 구현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영남대의 경우 전체 강좌 수가 3천800여 개에 이르는 등 대구권 주요 대학마다 2천 개가 넘는 강좌가 있는데 이를 모두 온라인 강좌로 제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A대학 관계자는 "대학마다 온라인 강좌가 계획돼 있지만 교양 과목 등에 편중돼 있다"며 "대부분 강좌는 이번에 제작해야 하는데 대학에 이를 지원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강좌 내용에 대한 부실 우려도 적잖다.
상당수 교수가 이번에 처음 영상을 제작하다 보니 강의실 강좌만큼 질적 수준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실험이나 실습, 토론식 수업 등 쌍방향이 필요한 강좌가 있는 이·공대나 예·체능대 학과는 온라인 강좌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에 대한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등록금 문제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다.
대학생 B씨는 "2주간 온라인 수업을 한다면 400만원이나 되는 등록금을 조금이라도 감면해야 맞다고 생각한다"며 "또한 온라인 수업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최근 개강 연기와 온라인 수업으로 등록금 일부를 반환해야 한다는 청원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만약 원격 수업이 장기화될 경우 이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출석 인증' 방법도 고민거리다. 학생이 시스템에 접속해 동영상 강의를 끝까지 보았는지, 출석을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지만 클릭만 하고 강의를 제대로 보지 않아도 확인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대학생들이 동시 접속했을 때 대학마다 온라인 강의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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