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호복 등 의료장비 턱 없이 부족…"환자 더 못 받는다"

경북대병원조차 N95 마스크 하루치뿐…호흡보조기구 서로 양보하다 탈진
"아껴쓰고 재활용' 지시 받으며 치료

코로나19 확진 환자 입원병동이 여전히 부족한 가운데 4 일 오후 경북대병원 의료진들이 대구 한 요양병원에서 격리치료 중 증세가 심해 긴급 이송돼 온 코로나19 확진 환자를 병실로 옮기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코로나19 확진 환자 입원병동이 여전히 부족한 가운데 4 일 오후 경북대병원 의료진들이 대구 한 요양병원에서 격리치료 중 증세가 심해 긴급 이송돼 온 코로나19 확진 환자를 병실로 옮기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코로나19로 전시상황이나 다름 없는 대구지역 의료현장이 의료장비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다.

코로나19 중환자를 치료하는 경북대병원조차 N95 마스크가 하루치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정호영 경북대병원장은 "6일 중환자용 음압병상을 5개 더 증설할 예정이지만, 의료진이 갖춰야 할 마스크와 방호복, 후드, 공기여과장치 등이 모자라 환자를 돌볼 수 없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노조 대구지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대구지역 병원들에 방호복, 순환펌프기, 체온계, 마스크가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특히 방호복 등 관련 장비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입원한 대구의 한 격리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부족한 순환펌프기(PAPR)를 서로 양보하다 탈진해서 쓰러지는 경우도 있다"며 답답해 했다.

숨쉬기조차 버거운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한 의료진에게 순환펌프기는 필수적인 호흡 보조기구지만 의료현장에선 숫자가 모자라다는 것이다. 레벨D 수준의 방호복 입고 일하는 의료진은 2시간마다 교대해야 하는 규칙이 있지만 현재 대구에선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

이 병원의 한 간호사는 "방호복 부족으로 다음 근무자가 와도 방호복을 갖추지 못해 교대가 늦어지지 일쑤"라고 전했다.

4일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인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서 병동 근무자들이 휴식을 위해 밖으로 나와 방호복을 탈의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4일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인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서 병동 근무자들이 휴식을 위해 밖으로 나와 방호복을 탈의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정부가 제공한 방호복 물량도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대구가톨릭대병원, 경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이 보유한 레벨D 보호세트는 200~500개 수준. 하루 소비치가 100~140개인 점을 고려하면 짧게는 이틀, 길어야 사흘밖에 버티지 못하는 셈이다.

파견 나온 간호사, 확진자 이송 직원, 진담검사를 위한 의료기술직, 선별진료소 직원까지 포함하면 방호복 소진은 더욱 빨리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의료연대노조 관계자는 "간호사뿐 아니라 의사와 자원봉사자 등 모든 의료진들이 방호복, 순환펌프는 아껴쓰고 N95 마스크는 재사용하라는 지시를 받으면서 일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방호물품 걱정없이 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와 대구시가 대책을 세워달라"고 호소했다.

다른 대학병원의 한 교수는 "치료 최전선에 장비가 없어 기다리는 동안 환자가 죽어간다"며 "당국이 현장 상황을 매일 확인해서 물품을 병원으로 바로 보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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