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은 최근 꽤 많은 다른 닉네임들을 얻었다. 유고스타, 유산슬, 라섹 그리고 유르페우스가 그 새 캐릭터 이름들이다. 과거 유느님 하나로 불렸던 유재석은 어째서 이렇게 다양한 캐릭터로 '분화'되고 있을까. 최근 등장한 '업글인간'에 해답이 있다.

◆하프 연주까지 도전한 유재석 '캐릭터의 무한확장'
최근 유재석은 MBC '놀면 뭐하니?'에서 예술의 전당 무대에 올라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프를 연주했다. 사실 하프 연주는 유재석도 시청자들도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졌던 면이 있다. 3주 정도 되는 짧은 시간을 연습해 하프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한다는 게 상식적인 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재석은 수석 하피스트 윤혜순의 지도편달을 받으며 하프의 세계에 빠져들었고 베토벤의 '이히 리베 디히(Ich liebe dich)'를 통째로 외워 연주했다. 물론 이것으로 유재석이 하프를 온전히 연주하게 됐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게다. 중요한 건 이 과정을 통해 하프라는 악기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또 함께 협연하는 오케스트라와 클래식에 더 친숙하게 다가갔다는 점이다. 유재석은 일회적인 도전에 불과할지 몰라도, 이를 본 시청자들은 굳이 하프가 아니라도 클래식 악기가 취미로서도 도전해볼만 하다 느꼈을 법하다.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이 지금껏 걸어온 과정들은 다양한 분야에 뛰어들어 새로운 캐릭터를 얻는 시간이었다. 드럼 비트에 도전해 그 위에 여러 연주자들과 작곡, 작사가들의 노력이 얹어져 만들어진 음악으로 드럼 독주회를 함으로써 유고스타라는 캐릭터를 얻었고, 트로트에 도전해 '유산슬'을, 라면 분식집을 통해 라섹(라면 끓이는 섹시한 남자)이라는 캐릭터를 얻었으며 하프 연주로 유르페우스라는 닉네임까지 갖게 됐다. 그 과정은 마치 '무한도전' 시절의 여러 영역에 도전했던 유재석을 떠올리게 하지만, '놀면 뭐하니?'는 이 과정을 1인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 등을 통해 하는 도전 과정처럼 그려냄으로써 달라진 트렌드를 반영했다.
그런데 달라진 건 이러한 형식적 변화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생겨난 퇴근 후 달라진 라이프스타일 또한 '놀면 뭐하니?'는 반영한 면이 있다. 지금껏 회사에 매여 있어 하지 못했던 자신의 취미나 또 다른 영역에의 도전이 최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들어와 있다는 점 때문이다. 즉 유재석의 다양한 새로운 캐릭터 도전은 일 이외에 색다른 걸 시도하길 원하는 현재의 욕망들을 건드리고 있다는 얘기다.

◆'업글인간'이 자기계발과 다른 점은?
최근 들어 퇴근 후 운동이나 악기 배우기 나아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들이 모여 하는 독서 토론이나 영화 감상 같은 걸 하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주 52시간 제도의 정착도 정착이지만, 퇴근 후 술을 마시는 것만이 유일한 놀이처럼 여겨졌던 사고방식의 변화도 이렇게 퇴근 후 바빠진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이들을 뜻하는 이른바 '업글인간'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물론 이처럼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노력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이전에도 존재했다. '자기계발' 열풍이 그것이다. 하지만 업글인간은 근본적으로 자기계발과는 성격이 다르다. 즉 자기계발은 해당 직무에 도움이 되는 영역(이를테면 어학 같은)을 배우려 하는 것이지만, 업글인간은 직무와는 상관없는 자신의 삶을 위한 노력에 가깝다. 일보다는 여가나 취미에 더 집중되는 것이고 그래서 이를 통해 일에서의 성취를 도모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 도전 영역도 거창하지 않고 일상적이다. 이를테면 하루 몇 장의 책을 읽는다거나 일주일에 두 번은 요가 같은 운동을 한다거나 하는 것들도 이들의 도전 영역이다. 이렇게 된 건 일에만 집중하던 삶에서 '워라밸'을 추구하는 삶으로 바뀐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일이 중요한 만큼 나머지 일 바깥의 삶 또한 소중하게 여기기 시작했다는 것. 거창하고 막연한 성공보다는 손에 잡히는 일상에서의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도 '업글인간'의 라이프스타일에서는 어른거린다.
유재석의 다양한 캐릭터 확장은 이러한 '업글인간'들에게는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는 콘텐츠다. 계속 해서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게 만들고, 도저히 할 수 없을 것처럼 여겨지지만 의외로 적응해가다보면 놀라운 결과에 도달하는 것을 유재석의 도전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프 도전이라는 놀라운 결과는 사실상 유희열이 농담처럼 던진 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또 하프도전을 한 유재석에게 유희열이 이번에는 레슬링 그레꼬로만형과 오케스트라 지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을 때 시청자들의 기대감은 커진다. 그런 작은 말 한 마디가 실제로 벌어지는 과정을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황당한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든 정통한 인물들 역시 처음 그 길을 들어서는 계기는 의외로 단순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놀면 뭐하니?'라는 제목은 다른 의미로도 들린다. 그저 부어라 마셔라 하며 놀았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럴 시간에 색다른 분야에 뛰어들어보면 어떠냐고. 유재석의 행보에 업글인간들의 눈이 집중되는 이유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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