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수백명씩 늘어가는 코로나19 확진자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볼 때마다 다음은 내 차례일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들어요. 난데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게 되는 건데…"
'코로나 스트레스'가 일상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시민들의 마음이 병들고 있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하나씩 코로나19에 노출되면서 재난 상황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에 만연한 우울감을 이겨내기 위해선 '심리적 방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경산에 살고 있는 A(52) 씨는 텅 빈 마스크 진열대를 볼 때마다 불안감에 휩싸인다. 그는 "약국, 우체국 등 공적 판매처에서조차 마스크가 금방 동이 날 때면 각자도생이라는 말만 생각난다"며 "다른 나라에서나 보던 전쟁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스트레스는 다양한 원인으로 나타난다.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로 각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점도 스트레스를 부추긴다. 불안하고 무서운 상황을 지인들과 이야기하면서 떨쳐내고 싶지만 만나기가 쉽지 않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자취생이나 전업주부들은 하루종일 집에 있는 게 일상이다.

경북대 인근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B(26) 씨가 최근 일주일동안 외출한 경험은 손에 꼽을 정도. 식재료를 사러 마트에 가거나,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을 산 게 전부다. B씨는 "방에 고립된 느낌에 갑갑하고 힘들었다"며 "예전엔 일상이었던 친구와 만나 하는 사소한 대화가 그립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적 정신건강 서비스인 '심리적 방역'이란 개념이 등장한다. 감염병으로 인한 마음의 문제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정신건강 서비스다.
백종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재난정신건강위원장은 "현재 코로나19 때문에 건강 위협, 경제적 문제, 사회적 고립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늘어났다"며 "어느 정도는 감염병 예방에 필요한 정상 반응이지만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 전문적 상담이 필요하다"고 했다.

불안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자 대구시는 그동안 운영해 오던 통합심리지원단을 확대해 24시간 상담체계를 마련했다. 통합심리지원단은 코로나19로 인해 스트레스나 불안증을 호소하는 시민들에게 사후관리 및 정신의료기관 연계를 지원해주고 있다.
이종훈 대구시 통합심리지원단장은 "최근 하루 1천 건 이상의 전화 문의가 오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계신 분들은 주저 말고 상담센터(1577-0199)로 연락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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