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스크 기부 핀란드 교민 "세계가 대구경북 응원"

대구서 유년기 보낸 최원석 씨, 현지 잡화점서 99장 긴급 구입
SNS 통해 기부 참여 인원 모집

핀란드 교민 최원석(36) 씨가 뉴스로 대구경북의
핀란드 교민 최원석(36) 씨가 뉴스로 대구경북의 '마스크 대란'을 접한 뒤 현지에서 직접 구한 마스크를 들어보이고 있다. 최원석 씨 제공

핀란드에 사는 교민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대구경북에 마스크를 기부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어린 시절을 대구경북에서 보낸 최원석(36) 씨는 지인들이 힘겨워하는 모습과 지역의 마스크 구매 대란 등을 알게 된 뒤 기부를 결심했다.

핀란드 헬싱키에 살고 있는 최 씨는 최근 고교 동창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접하게 됐다. 안동 성소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는 친구는 코로나19 최전방에서 싸우고 있었다. 하루 일상을 담은 짧은 글에서 동창의 고단함이 느껴졌다고 최 씨는 말했다.

최 씨는 대구에서 1년가량 유년기를 보냈다. 명절 때마다 경북 의성에 있는 할아버지를 방문하는 등 평소 대구경북과 인연이 깊었다. 최 씨는 "뉴스에서 마스크 물량이 풀리자마자 긴 줄을 서는 사람들을 봤다. 대구경북의 고통이 남 일 같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도울 방법을 찾아 나섰다. 헬싱키에 있는 공기청정기 및 필터 마스크 제조업체 '리파에어'(LIFAair) 본사로 향했다. 예상과 달리 리파에어 본사 판매 담당자는 마스크 제조 공장이 중국에 있다고 답했다.

최 씨가 다시 향한 곳은 대형 잡화점. 대구경북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핀란드도 마스크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마스크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 매장에서 운 좋게 매대 진열 직전의 마스크 상자를 발견했다.

핀란드에서 대구로 부쳐진 마스크 박스에는 최원석 씨와 함께 기부에 동참한 22명이 전하는 응원 메시지가 담겨 있다. 최원석 씨 제공
핀란드에서 대구로 부쳐진 마스크 박스에는 최원석 씨와 함께 기부에 동참한 22명이 전하는 응원 메시지가 담겨 있다. 최원석 씨 제공

한국으로 보낼 소포용 상자에 30만원 상당의 방진마스크(KP94) 99개를 채워 넣은 뒤 SNS를 통해 친구들에게 알렸다. 곧바로 21명이 동참했다. 최 씨를 포함해 22명이 십시일반으로 35만원 정도를 모으고 응원 메시지도 담았다. 동참자 중 한 명이 대구시 물품 기부담당자와 접촉해 물품 배송지와 기부 절차도 알아냈다.

여러 사람의 마음이 모인 마스크 상자는 핀란드 우체국을 통해 지난달 28일 항공운송으로 접수됐고 5일쯤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 도착할 예정이다.

최 씨는 "전국과 세계 곳곳에서 대구경북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기억해 줬으면 한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잘 마무리돼 대구의 곱창 가게에 다시 꼭 가고 싶다"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