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미생활·교육 위장 미끼…2030 유혹 '신천지의 덫'

전 교인 전도 수법 폭로…"'각 대학 총동아리 장악해야' 관련자 발언 있었다" 주장도
문화부, 찬양부, 체육부 등 24개 부서가 직영, 관리하는 단체·동아리서 일반인 상대 전도

2018년 신천지 대구교회 전도박람회에 참여한 신천지 위장전도 밴드 동아리의 평소 활동 모습. 신천지 탈출 교인 A씨 제공

신천지 대구교회가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슈퍼전파 지점으로 지목되면서 지역 방역대책 수립 과정에 신천지의 성실한 대응이 시급하다.

그럼에도 신천지는 정부와 대구시에 교인 명단, 시설 목록을 '쪼개기' 제공하는 등 일부 정보를 고의 누락하고 있어 방역 혼란을 키운다는 지적이 높다.

매일신문은 신천지 교세 확장 핵심인 '위장 전도' 수법과 신천지 특유의 폐쇄성, 숨김 문화를 폭로하고 나선 신천지 대구교회 탈출 교인 A(24) 씨를 만나 지역 내 위장단체 목록을 단독 입수하고, '위장 단체'와 새 신자 포섭 방법을 들어 봤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 다대오지파 대구교회 소속 단체들이 자신의 종교를 숨긴 채 위장 동아리로 활동하며 새 교인을 포섭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 20, 30대 청년들은 이런 위장 단체에 가입했다가 취미, 학습, 연애감정 등을 이유로 신천지에 빠져든 뒤 경제활동마저 뒷전으로 한 채 전도와 종교활동, 헌금 납부에만 몰두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천지 총회본부 조직도. 신천지 홈페이지
2018년 신천지 대구교회 전도박람회에 참여한 신천지 위장전도 밴드 동아리의 평소 활동 모습. 신천지 탈출 교인 A씨 제공

◆신천지 대구교회 위장 전도단체 활용 많아

신천지 탈출 교인 A씨에 따르면 신천지 대구교회는 전국 지파 가운데도 위장 전도단체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A씨는 신천지 대구교회가 2018년 3월 16일과 17일 이틀에 걸쳐 낮부터 저녁까지 '신천지 대구교회 전도 박람회'를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전도 박람회에는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들이 만든 문화, 체육, 어학 등 다양한 분야 30여 개 동아리 등 단체가 부스로 참여한다. 각 단체가 신천지 총회본부와 전국 타 지역 11개 지파 관계자 수백 명을 상대로 고유의 위장 전도 방법·실적을 설명하는 연례 행사라 알려졌다.

그 해 행사는 지하 1층 소성전과 4층 예배실에서 열렸다.

4층에선 태권도, 네일아트, 캘리그래피, 미술, 타로카드, 영어, 일본어 등 동아리가 참여했다. 또 옛 나이트클럽 무대를 개조한 지하 1층 단상에선 이 교회 문화부, 찬양부나 내무부 청년회에 속한 뮤지컬 극단, 오케스트라, 성가대 등 예술인들이 쉼 없이 공연했다.

이들 단체는 신천지 교인들이 직접 대학 중앙, 소동아리로 설립했거나 사회인 동아리로 개설한 것이 대부분이다. 교인이 기성 단체에 잠입해 이를 장악하는 이른바 '추수밭' 전략으로 획득한 사례도 일부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무대 앞 바닥에선 여러 지역 교인 50여 명이 지인을 응원하거나 공연을 감상했다. 다른 한편에선 빵과 음료 등 간식거리를 판매했고, 4층처럼 동아리 부스도 20여 개 들어섰다.

박람회 참가 부스는 가로 4m, 세로 3m 규모로 설치했다. 동아리 임원·회원 서너 명이 방문객에게 위장 전도 노하우를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빛하람태권도 관계자는 "우리는 민간 체육관을 운영한다. 비 교인들도 경계심 없이 등록해 교육을 하며 자연스럽게 전도한다"면서 "올해만 새 신자 몇 명을 시온기독교선교센터와 복음방에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대구경북 내 상당수 대학 집중 공략

A씨는 이 같은 단체들이 신천지 대구교회 산하 24개 부서 중 일부 부서의 관리 하에 있다고 설명했다. 각 부서별 전문성을 살려 직영하거나, 그 부서 소속 교인이 자신의 능력을 살려 개별적으로 개설, 운영한다는 주장이다.

신천지 대구교회에는 총회본부에서처럼 총무부, 내무부, 문화부, 체육부 등 24개 부서가 있다.

신천지 탈출 교인 A씨가 기록한 2018년 3월 신천지 대구교회 전도박람회 참가 동아리 목록. 홍준헌 기자
신천지 총회본부 조직도. 신천지 홈페이지

일반적인 교인들은 내무부 산하 자장부청(자문회·장년회·부녀회·청년회)과 유년회, 학생회에 속한 채 전도에 힘쏟는다. 주로 자신의 종교를 숨긴 채 '노방(거리) 전도'를 다니며 심리테스트 등을 이유로 연락처를 확보한 뒤 지속해 접촉하며 신천지 교회에 데려가는 식이다.

그러나 입교 1년 후에는 특정 부서에서 자신의 취미나 전공을 살려 교회 업무를 돕는 등 전문 활동을 할 수 있다. 찬양부 소속 ▷꾸미야 관악대·마칭밴드 ▷다이나믹윈드오케스트라 ▷TOV필하모닉오케스트라나 체육부 소속 ▷청풍 응원단(다이나믹 탑 빅토르) ▷축구팀 사도닉스가 대표적이다.

교인이 대구와 경북(주로 경산) 지역 대학교 내 동아리나 사회인 동아리, 민간 단체를 설립해 운영 중인 곳도 신천지 대구교회가 그 명단을 관리하고 있다. 어학 관련 동아리는 동시통·번역 전담인 국제부가, 강연이나 멘토링 관련 동아리는 새 신자 교육 담당인 교육부가 각각 관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6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구 남구청 공무원과 자율방재단이 신천지 대구교회 일대를 방역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신천지 탈출 교인 A씨가 기록한 2018년 3월 신천지 대구교회 전도박람회 참가 동아리 목록. 홍준헌 기자

이는 '모략 전도'를 덕목으로 개신교 교인을 상대로 추수(기성 단체 회원을 하나씩 신천지로 빼돌리는 것)하던 과거 신천지 전략이 개신교계 경계 심화로 어려워진 영향이다. 이에 신천지는 사회 초년생 등 일반인과 접촉할 기회가 많은 청년부 전도와 위장단체 운영에 큰 힘을 싣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특히 신천지 대구교회는 대구경북 내 상당수 대학을 공략할 수 있어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전도 박람회에 참가했던 청년회 대학부 부장이 '궁극적으로는 각 대학 총동아리를 장악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보다 더 효과적으로 (위장 전도)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면서 "실제로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 신입생과 사회 초년생들이 학업과 취업, 아르바이트도 포기한 채 종교 활동과 헌금 납부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신천지 대구교회 측 해명을 듣고자 수 차례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한편, 대구 곳곳에 신천지 위장 건물·조직이 있다는 사실(매일신문 3일자 3면, 2일자 홈페이지)이 알려지자 상당수 단체가 홈페이지나 SNS(카카오채널,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계정을 삭제 또는 비공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구 남구청 공무원과 자율방재단이 신천지 대구교회 일대를 방역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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