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재사용 가능할까?…의료계도 의견 엇갈려

민복기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대책본부장 "어쩔 수 없으면 보건용 마스크 재사용"
류성열 계명대 동산의료원 감염관리센터장 "보건용 마스크 재사용은 안 돼"
방한용 면 마스크 사용은 권하지 않아. 단, 비말 방지용도로는 나쁘지 않아

5일 오전 대구 청라언덕 우체국 앞에서 수백여 명의 시민들이 코로나19 예방용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에 마스크 1천400장이 순식간에 판매됐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언제는 마스크를 재사용하지 말라고 했다가, 물량이 모자라니까 이제는 또 괜찮다고 하고…정부의 말을 믿어도 되나요?"

코로나19로 촉발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정부를 '말바꾸기 선수'로 만들고 있다.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재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마스크 사용 지침을 바꿔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3일 마스크 사용 지침을 바꿔 '보건용 마스크는 동일인에 한해 재사용이 가능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면 마스크를 사용해도 된다'고 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그동안 정부 인증을 받은 KF94, KF80급 마스크 사용을 권장했고 보건용 마스크를 재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었다.

이에 대해 국내 의료계는 보건용 마스크 재사용에 대해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잘 말려서, 원래 사용했던 사람이 쓰라'고 당부하고 있다. 민복기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대책본부장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일 경우에 한해 보건용 마스크를 재사용하라"고 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일 경우에도 조건이 있다. 보건용 마스크를 재사용하더라도 인적이 드물고 길지 않은 시간 사용했을 때다. 또 잘 말렸다가 같은 사람이 다시 써야 한다. 만일 하루 종일 사용했거나 버스나 지하철 등 사람이 많은 곳에서 사용했을 경우에는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면 마스크 사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면 마스크는 태생적으로 방한용 마스크라는 것이다. 다만 보건용 마스크를 구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일 경우에는 사용해야 한다. 감염자의 침방울이 얼굴에 튀는 것을 방지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건용 마스크 재사용에 대해서도 의견이 나뉜다. 류성열 계명대 동산의료원 감염관리센터장은 보건용 마스크 재사용은 안 된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한 번 사용한 보건용 마스크가 바이러스에 오염됐을지 여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류 센터장은 "시중에 마스크 공급을 늘려야 하고 특히 확진자, 자가격리자 등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높은 사람들에게 마스크가 우선적으로 공급돼야 한다"며 "물론 가까운 슈퍼마켓에 나간다거나 여러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낮은 경우에는 보건용 마스크가 아닌 면 마스크를 써도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