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래통합당 낙하산 공천 강행, 지역민 허탈감 표출

“지역민들 마스크 쓰고 코로나와 사투벌일 때 어디서 뭐 하던 사람들이냐”,
"지역구에서 길을 잃을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어떻게 국민대표 맡기나"
지역정치 미래 갈아먹는 낙하산 공천 부작용에 더욱 분노, 황교안 대표 해법 내 놔야 한다는 주문도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구·경북 지역 공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구·경북 지역 공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에 나설 대구경북(TK) 지역구 후보를 결정하면서 안하무인(眼下無人)식 낙하산 공천을 강행하자 지역여론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공천 농단으로 총선까지 망친 4년 전보다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다는 불만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민심이 전례 없이 흉흉함에도 지역 사정을 전혀 모르고 지역민과 동고동락(同苦同樂)한 적조차 없는 인사에게 공천이 주어지자 '통합당이 정신 줄을 놓은 것이 아니냐'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지역을 휩쓸고 있는 환란 중에 유권자를 다독이기는커녕 지역구에 예비후보 사무실도 개소하지 않고 면접장에도 나오지 않은 사람에게 공천을 준 것은 지역 무시를 넘어선 처사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통합당은 지난 6일 TK 공천결과를 발표하면서 대구 북갑에는 양금희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 달서갑에는 이두아 전 국회의원(비례)을 내리꽂았다. 아울러 경북 안동과 영주문경예천에도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과 황헌 전 MBC 앵커를 각각 단수 추천했다. 경북 포항에선 여론조사 상위 예비후보들이 경선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4명의 후보들은 모두 공천발표 전까지 지역민들에게 출마인사조차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지역의 한 현역 의원은 "지역민들이 마스크 쓰고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일 때 어디서 얼마나 고생한 사람들이기에 통합당의 낙점을 받았느냐"고 꼬집으며 "이 정도면 표를 달라고 부탁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라 맡긴 돈을 찾아가겠다는 채권자 수준의 오만함을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TK가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신음하는 동안 이들이 지역의 가장 낮은 곳에서 솔선수범하며 지도자의 면모를 보이기는커녕 장막 뒤에서 공천권자와의 친분을 이용해 '낙하산' 예약에만 열을 올렸다는 점에서 지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중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각 정당 후보들의 공식선거운동도 원활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자칫 지역구 행정구역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국회의원이 탄생할 수도 있다"고 반발했다.

무엇보다 반복된 낙하산 공천은 지역이 자체적으로 정치 신인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더욱 해악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당 관계자는 "정치 신인에게 '헛심 쓰지 마라. 중앙당에 줄 없으면 불쏘시개일 뿐이다'라는 냉소가 가해진다면 어떻게 풀뿌리 정치가 자리를 잡을 수 있겠느냐"며 "낙하산 공천이 진짜 해로운 이유는 지역정치의 미래를 갉아먹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지역 정치권에선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대구경북의 지지를 받고 싶다면 이 같은 지역적 우려에 대한 해법을 내놔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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