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두렵지만 환자들은 얼마나 힘들까요.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이는 환자들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립니다."
코로나19 확진자 이송을 돕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대구로 몰려든 250여 명의 구급대원이 있다. 전북 익산, 강원 강릉, 경기 용인에서 온 구급대원들의 관심사는 오직 하나. 하루 빨리 대구경북을 일상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8일 낮 12시 대구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에는 전국에서 모인 구급차량들로 가득했다. 환자 이송을 마치고 막 복귀한 구급대원들은 잠시나마 맑은 공기를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대구에 온 지 나흘째인 유영광(40) 익산소방서 소방위는 선배로, 부모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소신으로 대구를 찾았다고 했다. 유 소방위는 "세월호 사태 때도 자원해서 도왔다. 재난이 발생하면 처음으로 달려가겠다는 마음가짐이다. 내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유 소방위를 버티게 하는 힘은 그의 미래, 어린 자녀들이다. 아이들의 애교는 힘든 그를 웃게 만든다. 그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한, 멋진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집으로 돌아가서 아이들과 함께 만화도 보고 내가 한 일도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신중교(50) 강릉소방서 소방위는 24명의 팀원을 이끌고 대구로 왔다. 환자 이송은 물론 최고참으로 후배들을 챙겨야 하는 것도 신 씨의 몫이다.
대구에 온 지 엿새째인 그는 아내가 해준 집밥과 가족이 그립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자녀와 비슷한 나이의 환자는 유독 마음이 쓰인다. 그는 막내 딸과 나이가 같았던 어린 여학생의 첫 이송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풀이 죽어서 구급차에 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아빠의 마음으로 기죽지 말고 편안하게 있으라고 했지만 이런 위로밖에 해줄 수 없어 오히려 더 미안했다"고 말했다.

환자 이송 후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가던 이정우(30) 용인소방서 소방교의 얼굴에는 마스크 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몰래 대구로 온 그는 얼마 전 부모님께 들켜버려 설득에 진땀을 뺐다고 했다.
하루 3리터의 물을 먹었다는 그는 요즘 1리터의 물도 먹지 못한다. 방진복, 덧신, 장갑, 보안경, 마스크 등 '5종 세트'로 완전무장한 뒤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화장실에 가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고글에 서린 김은 운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때문에 아직 추위가 남은 3월 초에도 운전을 할 때마다 에어컨을 켜는 게 필수다. 그는 "어제도 경기도 안산까지 환자 이송을 하고 새벽에 돌아왔다. 답답한 방진복 탓에 머리가 아프고 기진맥진했지만 마음만은 뿌듯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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