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을 일상으로" 전국서 모여든 구급 영웅들

솔선수범 하겠다는 사명감에 대구로 몰려들어
자녀와 비슷한 나이의 환자 보면 아린 마음만
보호장비 '5종 세트'로 장시간 운전도 힘들어

"우리도 두렵지만 환자들은 얼마나 힘들까요.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이는 환자들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립니다."

코로나19 확진자 이송을 돕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대구로 몰려든 250여 명의 구급대원이 있다. 전북 익산, 강원 강릉, 경기 용인에서 온 구급대원들의 관심사는 오직 하나. 하루 빨리 대구경북을 일상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전북 익산에서 대구로 코로나19 봉사 하러 온 유영광 익산소방서 소방위가 8일 대구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 부지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배주현 기자
전북 익산에서 대구로 코로나19 봉사 하러 온 유영광 익산소방서 소방위가 8일 대구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 부지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배주현 기자
매일신문 | 코로나19에 맞선 소방관들

8일 낮 12시 대구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에는 전국에서 모인 구급차량들로 가득했다. 환자 이송을 마치고 막 복귀한 구급대원들은 잠시나마 맑은 공기를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대구에 온 지 나흘째인 유영광(40) 익산소방서 소방위는 선배로, 부모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소신으로 대구를 찾았다고 했다. 유 소방위는 "세월호 사태 때도 자원해서 도왔다. 재난이 발생하면 처음으로 달려가겠다는 마음가짐이다. 내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유 소방위를 버티게 하는 힘은 그의 미래, 어린 자녀들이다. 아이들의 애교는 힘든 그를 웃게 만든다. 그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한, 멋진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집으로 돌아가서 아이들과 함께 만화도 보고 내가 한 일도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강원도 강릉에서 대구로 온 신중교 강릉소방서 소방위. 배주현 기자
강원도 강릉에서 대구로 온 신중교 강릉소방서 소방위. 배주현 기자

신중교(50) 강릉소방서 소방위는 24명의 팀원을 이끌고 대구로 왔다. 환자 이송은 물론 최고참으로 후배들을 챙겨야 하는 것도 신 씨의 몫이다.

대구에 온 지 엿새째인 그는 아내가 해준 집밥과 가족이 그립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자녀와 비슷한 나이의 환자는 유독 마음이 쓰인다. 그는 막내 딸과 나이가 같았던 어린 여학생의 첫 이송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풀이 죽어서 구급차에 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아빠의 마음으로 기죽지 말고 편안하게 있으라고 했지만 이런 위로밖에 해줄 수 없어 오히려 더 미안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에서 대구로 온 이정우 용인소방서 소방교. 배주현 기자
경기도 용인에서 대구로 온 이정우 용인소방서 소방교. 배주현 기자

환자 이송 후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가던 이정우(30) 용인소방서 소방교의 얼굴에는 마스크 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몰래 대구로 온 그는 얼마 전 부모님께 들켜버려 설득에 진땀을 뺐다고 했다.

하루 3리터의 물을 먹었다는 그는 요즘 1리터의 물도 먹지 못한다. 방진복, 덧신, 장갑, 보안경, 마스크 등 '5종 세트'로 완전무장한 뒤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화장실에 가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고글에 서린 김은 운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때문에 아직 추위가 남은 3월 초에도 운전을 할 때마다 에어컨을 켜는 게 필수다. 그는 "어제도 경기도 안산까지 환자 이송을 하고 새벽에 돌아왔다. 답답한 방진복 탓에 머리가 아프고 기진맥진했지만 마음만은 뿌듯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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