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갑작스러운 2주간 코호트격리 "각오는 했지만 불안"

2주 격리생활 만반의 준비 하지만…잠자리 불편하고, 마스크·생수 부족 걱정도
입소자·종사자 2만7천여 명, 숙소 컨테이너·이불도 부족
휴게실서 쪽잠 자야 할 처지…경북도 수당 등 보상책 강구

경북 구미시청과 구미경찰서 직원들이 9일 상모사곡동 한 노인복지센터 현관 앞에서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전병용 기자
경북 구미시청과 구미경찰서 직원들이 9일 상모사곡동 한 노인복지센터 현관 앞에서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전병용 기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경북지역 사회복지 생활시설의 코호트격리(동일집단격리)가 9일 시작된 가운데 현장에서는 질서 있는 침착한 대응과 우려가 교차했다. '올 게 왔다'는 판단으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지만 불편한 잠자리와 부족한 물품 탓에 걱정도 크다.

◆"사명감으로 격리에 참여"

이날 코호트격리에 들어간 사회복지 생활시설은 564곳이다. 이달 22일까지 입소자·종사자는 외출·면회, 출·퇴근이 금지된다. 격리되는 인원은 입소자 1만7천여 명, 종사자 1만여 명 등 2만7천명이 넘는다.

역사상 전례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이번 조치는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신천지교회 신도 전수조사도 중요하지만 '생활시설 집단감염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대부분 시설에서도 보건당국의 이러한 방침에 공감하고 있다.

김천 월명성모의집 관계자는 "첫날이라 출근하는 직원들의 얼굴에 부담이 가득했다. 하지만 사명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격리에 참여하자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전했다. 군위 성바오로안나의집 관계자 역시 "가정이 있는 종사자들이 2주간 격리된다는 것은 상당한 희생"이라면서도 "코로나19 확산 저지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각 사회복지 생활시설에는 경찰까지 나서 현장 상황을 살폈다. 기초자치단체들은 사회복지 생활시설 관리를 위해 전담반을 편성했으며, 경찰도 24시간 비상대기 근무를 실시할 방침이다. 경북도 역시 종합상황실을 설치했다. 23개 시·군별 지역책임관을 지정하고 발열 등 코로나19 증상이 있을 경우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할 방침이다.

◆잠자리는 불편, 물품은 부족해

갑작스레 닥친 2주간의 격리생활 앞에서 일부 시설에서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출·퇴근하는 종사자 수십 명이 시설 내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하지만 마땅한 잠자리가 없는 게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힌다.

일부 시설에서는 협소한 장소 탓에 요양보호사 등 종사자 숙식·휴식을 위해 임시숙소로 사용할 컨테이너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들이 사용할 이불조차 부족하다는 호소도 있다. 휴게실에 매트를 깔고 자거나 물리치료실 침대에서 쪽잠을 자야 할 처지다.

물품도 충분하지 않다. 한 격리시설 종사자는 "가장 필요한 물품이 마스크인데 격리기간 배부된 온누리상품권으로 마스크를 구입하는 게 쉽지 않다"며 "격리된 시설 종사자와 입소자에게 마스크를 우선 배분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가족과 2주간 떨어져 생활해야 하는 점이 종사자들에게는 부담이다. 안동의 한 시설 관계자는 "시설 거주자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자녀가 있거나 부양 가족이 있는 종사자들은 격리 후유증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북도, "충분한 보상책 보장"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날 "시설 종사자 분들의 사정을 일일이 살피지 못하고 불가피하게 긴급조치를 시작해 매우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간외 수당, 급식비, 특별근무 위로금 등 충분한 보상책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경북도는 종사자를 위한 마스크 2만6천 매를 이미 배부했다. 10일에도 6만5천 매를 추가로 배부할 예정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필요한 생필품도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다.

시설 종사자 가운데 임신부이거나 육아·노부모를 봉양하는 경우는 격리에 참여하지 않도록 했다. 격리 기간 중 서비스에 문제가 없는 범위 안에서 시설장이 판단해 추가로 격리 제외 조치도 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이 경우에도 격리 제외 직원들에게 외부 청결 유지, 상담 등 필요한 임무와 역할을 부여해 유급근무를 인정해주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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