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활치료센터 지정된 경북대 기숙사…"공감"-"당황"

8일 밤 입소 거부 등 소동 일자 인근 주민들 불안
"방문 연 사람 들어가세요" 방송 잇따르는 등 혼돈의 시간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된 경북대 기숙사는 현재 외부인 출입이 금지돼 있다. 변선진 기자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된 경북대 기숙사는 현재 외부인 출입이 금지돼 있다. 변선진 기자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된 경북대 첨성관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바닥에 방향 표시가 되어 있다. 변선진 기자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된 경북대 첨성관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바닥에 방향 표시가 되어 있다. 변선진 기자

9일 오전 경북대 기숙사 첨성관. 대구시가 전날 이곳을 코로나19 경증 확진자들이 머물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하기로 했지만 생각보다 경비가 삼엄하진 않았다. 알아서들 찾지 않는 곳이 된 탓이었다. 이미 입소가 완료돼 출입이 통제되고 외부인의 접근은 차단된 상태였다.

혼돈이 지배했던 전날 밤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입소가 시작되던 8일 밤 신천지 신도인 60대 확진자가 난동을 부린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던 탓이다.

특히 생활치료센터로 쓰이는 기숙사에서는 확진자들의 입소가 시작되면서 "방금 방문 연 사람 들어가세요"라는 방송이 잇따라 나오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인근 주민 A씨는 "인근에 초등학교도 많아서 아이들이 많이 사는 곳인데 확진자를 실은 구급차량이 몇십 대가 줄지어 가니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9일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에 질병관리본부가 보낸 개인보호구와 마스크 등 의료용품이 도착해 직원들이 하역 작업을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9일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에 질병관리본부가 보낸 개인보호구와 마스크 등 의료용품이 도착해 직원들이 하역 작업을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경북대 인근 스터디 카페에서 만난 대학생 B씨는 "CPA 준비로 고향에 못 내려가고 학교 근처 원룸에서 사는데 동선이 기숙사와 겹친다"며 "학교와 방역당국을 믿지만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경북대 학생들은 확진자 수용시설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기숙사가 생활치료센터로 사용된다는 갑작스러운 발표에 상당수 학생은 보관해둔 짐조차 빼지 못했다고 했다.

기숙사 주차장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짐이라도 뺄 수 있게 말이라도 해줘야 할 것 아니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경북대 관계자는 "기숙사에 보관된 학생들의 짐은 일괄적으로 날짜를 정해 찾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구시가 대학뿐 아니라 총학생회에도 시설 제공을 요청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학생 대부분은 이 사실을 잘몰랐다는 것이다.

8일 오후 코로나19 경증 환자들이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된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기숙사에 도착해 입실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8일 오후 코로나19 경증 환자들이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된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기숙사에 도착해 입실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경영학과 학생 C씨는 "대구에 확진자들이 수용될 시설이 없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인 점은 이해하지만 기숙사는 학생들이 사는 곳인데 앞으로 입주하게 될 학생들의 의견을 가장 먼저 물어봐야 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경북대 총학생회는 8일 입장문을 내고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방역을 강화하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대구시의 답변을 듣고 응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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