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척추관절 클리닉] 내가 대구다

코로나19 의심 환자 선별진료가 한창인 26일 대구 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앞에 노란 산수유꽃이 활짝 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코로나19 의심 환자 선별진료가 한창인 26일 대구 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앞에 노란 산수유꽃이 활짝 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얼마 전 서울에서 온 지인을 맞으러 동대구역에 갔었다. 평소와는 너무나 다른 적막감이 드는 대합실에서 쓸쓸함과 답답함을 느끼고 집으로 발걸음을 뗐다.

대구는 지금 미증유의 일들로 인하여 많이 아픈 상태이다.

매일 매일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관한 뉴스들로 TV와 신문에 도배되고 있다. 너무 과도한 뉴스의 노출 등으로 이제는 현실감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실 일반적으로 불리는 세균과는 엄밀하게 말하면 차이가 있다. 전공은 아니지만 바이러스에 관해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바이러스는 세균보다 크기가 작고 온전한 세포 구조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숙주 없이는 증식할 수 없으며 변이 속도가 빠른 특징이 있다. 세균은 세포 구조를 이루고 있고 숙주 없이도 스스로 증식할 수 있으며 항생제 개발이 비교적 용이하다.

또 바이러스는 핵, 세포막을 비롯하여 세포 소기관이 없으며 전형적인 세포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 않다. 따라서 바이러스는 생물체 밖에서는 단백질 결정체에 불과하다. 바이러스는 독자적인 효소가 없어서 스스로 물질대사를 하지 못하므로 독립적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바이러스는 생물체 안에 들어가야만 생물체로서 기능할 수 있다. 이처럼 바이러스가 기생해 사는 생물체를 '숙주(宿主)'라고 하며,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 내에서 효소를 이용하여 물질대사와 증식을 한다. 이 과정에서 유전 현상이 나타나며, 돌연변이를 통해 변종이 나타나는 등 환경에 대응하는 적응 능력이 있다.

편의상 바이러스를 세균이라 통틀어 칭한다면, 이 세균들은 기본적으로 다른 생명체와 같이 진화한다. 진화의 과정은 효과적으로 세균의 새끼들을 배출하고 살아가기에 적합한 장소를 찾고 전파시킬수 있는 개체 즉, 인간이나 동물과 같은 숙주를 찾는 것이다.

특히 우한에서 생긴 바이러스는 호흡기 증상을 통해 인간이 재채기나 기침을 하도록 유도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숙주들을 향해 뿜어나가 호흡기나 점막을 통해 새로운 숙주에 기생하게 된다. 이 신종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상당히 높다고 알려져 있는데 바이러스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숙주가 살아 있지 못하면 바이러스 단독으로는 다른 숙주로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숙주를 심하게 공격해서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일들은 많지 않으리라는게 이제까지 해온 연구들을 토대로 유추해 볼 수 있는 위안이다.

바이러스 전파를 막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지금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실내에 있는 경우가 많고 또 제한된 정도의 운동밖에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생활 습관이 불규칙하게 바뀌어서 여러 가지 불편함도 생길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간단하게나마 스트레칭 등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아니라면 밖으로 나가서 걷기 운동이나 가볍게 뛰어보는 유산소운동 등을 해주면 몸도 마음도 훨씬 가볍고 상쾌한 기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수일전 이 난리상황에서 대구 봉쇄를 고려한다(?)는 정치권의 말 실수가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의연하게 우리는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타 지역이나 다른 나라에서 온 기자 등 언론인들에 비친 우리의 모습은 의아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신문에서 말했듯이 지금 동대구역에서 타지로 나가는 열차승객이 작년대비 1/10로 감소했다.

또 다른 나라에서 보듯이 사재기를 하는 뉴스도 없고 큰소리가 나왔다는 소식도 없다. 이는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지키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움직인 결과를 정확하게 대변하는 것이라 본다.

사실 오래전 부터이긴 하지만 요즘 세상은 자기 PR시대란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도 있듯이 자기의 불만이나 주장을 강하게 내세워야 얻는 것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는게 요즘 보통의 대한민국의 정서인듯 보인다.

하지만 우리 대구는 조금은 차이가 있는 듯하다. 큰소리 내는 것 좋아하지 않고, 잘난 척하는 꼴 보기 힘들고, 남에게 피해 끼치는 것 싫어하는 우리 대구. 그래서, 바보스럽게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한다. 그래서 사탕발림인줄 알아도 큰 소리로 항의하지 못한다. 우리를 비하하고 비아냥거려도 꿋꿋이 우리 갈길 간다. 그런데, 최근 가슴 아픈 뉴스들을 자주 접한다. 내가 사랑하는 대구의 환자들이 서울 등 타 지역에서 대구에서 왔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한참이 지나고 진료를 받으러 오라는 전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물론 병의 감염경로 등을 차단하고 예방하기 위한 조치이다. 또, 잘못된 행동들은 아니다.

하지만, 아픈 분들이 제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고 아쉬울 따름이다. 필자의 경험과 객관적인 자료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의술이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사실 대구·경북의 의료수준이 우리나라 내에서는 최고의 수준이다. 필자가 전공하는 과만 보더라도 명의라 알려진 분들이 타 지역보다 우리 대구에 많이 있고 또, 서울에 계시는 분들 중에서도 대구 출신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화려하진 않고 덜 세련되고 투박하지만 실력에 있어서는 어느 타 지역에 뒤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아니 뛰어나기에 믿고 치료받아도 좋을 듯 하다.

언제부터인가 진료실에서 마스크를 쓰고 진료를 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눈만 바라보고 있으니 사실 오래동안 뵙던 분들도 생소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마스크를 써 숨이 답답하고 불안하더라도 진료실을 나가면서 항상 병원에서 근무하는 필자의 건강을 염려해주고 고마워 해주시는 정은 변한 게 없다. 이런 분들을 보면서 내가 이 분들에게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어떤것 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올곧은 병원 우동화 원장
올곧은 병원 우동화 원장

"목련이 피어나는 우리 대구는 사랑과 희망이 넘치는 고장~" 어릴 때 많이 불렀던 대구시의 노래말이다. 지금은 대구시의 노래가 바뀌었지만 예전에는 이 노래를 학교에서 가르쳐주고 불렀던 기억이 난다. 우리 대구의 꽃이 바로 목련이다. 목련의 꽃말은 고귀함,숭고함이다.

고귀하고 숭고한 우리 대구 시민과 꼭 닮은 목련, 얼마 후면 목련이 필 것이다. 목련이 필 때 이 어려움도 같이 사라지길 바란다. 그리고 다 같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2020년 봄의 대구는 우리 대구가 지켰다는 것을….내가 대구다.

대구 올곧은병원 우동화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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