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함께'라는 마법을 걸자

임종식 경북도교육감

임종식 경상북도교육감. 경북교육청 제공
임종식 경상북도교육감. 경북교육청 제공

중학교 때 '나의 연대기 쓰기'라는 과제가 있었습니다. 나는 아버지의 아들이고 할아버지의 손자이며 형의 아우 등을 써 내려가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나'는 한 개인이지만 개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나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로서 서로 연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나의 불행이 나만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고 나의 행복이 나에게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불행하게도 최근의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더욱 깨닫게 됐습니다. 이웃과 이웃, 학생과 선생님, 대구와 전국, 더 나아가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습니다. 하루하루 새로운 확진자 중에서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몇 명인지를 챙기는 경북교육청의 시계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경북교육청도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의 아이들만큼은 우리 손으로 살피고 챙겨야 한다는 공감대가 경북 교육 가족들의 지갑을 열게 했습니다. 이미 아이들이 없는 개학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버린 슬픔이, 한 아이의 불행은 우리 모두의 출구 없는 불행이라는 마음이 함께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20여 년 이어온 '난치병 학생 돕기 캠페인' 경험도 한몫했습니다. 이 캠페인은 경북의 교육계와 학생들이 백혈병이나 심장병 등 희귀 질환을 앓는 도내 저소득가정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랑의 온도계입니다.

경북교육청은 우리 아이들의 아픔뿐 아니라 교육적 소외 국가의 아픔도 보듬고자 했습니다. 2006년부터 시작된 마야문명이 있는 과테말라공화국과의 정보통신기술(ICT) 우정이 그것입니다. 정보화 관련 인프라 기술과 기자재 활용, 현지 교원 연수 등 이러닝(E-Learning)과 ICT 분야의 멘토 역할을 하는 것도 피부색이 다르고 말도 다르지만 서로 아름다운 배움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해야 더 행복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미래 인재에 필요한 것은 로봇과 차별화되는 사람의 역량입니다. 감성과 인성, 협력과 협업, 배려와 공감과 같은 인간의 영역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경북 교육은 코로나19 극복이나 난치병 학생 돕기와 같은 캠페인 활동과 해외 지원 사업을 통해 '함께'의 저변에 배려와 존중도 심으려 합니다. 서로 다른 빛깔을 존중하고 서로 다른 성장의 시간을 배려해서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성장과 결실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경북 교육의 희망입니다.

잔디 씨앗은 듬성듬성 뿌려지면 잘 자라지 못합니다. 씨앗이 서로 오밀조밀하게 붙어 있을 때 더 잘 자랍니다. 오밀조밀 붙은 씨앗이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양분을 나눠 가지며 더불어 자라야 더 튼실해진다는 것을, 공존의 반대는 경쟁이 아니라 공멸이라는 것을 아는 듯합니다.

그러고 보면 잔디가 자라는 모습이 사람살이와 똑 닮았습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듯 힘든 이웃을 방치하면 곧 그 어려움이 나에게로 되돌아옵니다.

인류는 세균과 바이러스 전쟁을 여러 번 겪으면서 피해를 보기도 했지만 한 번도 굴복한 적이 없습니다. 어떠한 방법으로든 퇴치했고 이겨냈습니다. 모여 자라는 잔디처럼 공존하려면 모두가 함께 더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대구경북이, 대한민국이 승리하는 그날까지 조금만 더 '함께'의 마법을 걸어 봅시다.

함께 이겨낸 이번 봄에는 봄꽃들도 더 향기로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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