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론새평] 코로나19와 국제금융 위기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코로나19 사태로 세계금융시장 변동
주식 폭락·환율 불안·외자유출 발생
거시적 정책보다 미시적·핀셋 처방
국민 심리 안정 위한 세심한 배려도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확인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맹렬히 번져가고 있다. 전 세계 확진 감염자가 11만3천 명, 사망자는 3천900명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이탈리아, 이란, 미국 등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지역적인 양상(엔데믹·endemic)에서 전 세계적인 양상(팬데믹·pandemic)으로 옮겨간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과거에도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혹은 변종 바이러스 감염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2002년의 사스(SARS), 2009년 신종 플루(swine flu), 2012년 메르스(MERS),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그리고 2019년 코로나19까지 거의 5년에 한 번씩 큰 질병 확산이 있었다. 확진자의 숫자나 사망자의 경우 코로나19는 사스나 메르스를 훨씬 뛰어넘는다. 2009년 신종 플루의 경우 한국 확진자가 10만 명이었고 사망자가 250명이었으니 질병의 강도에 있어서는 신종 플루가 코로나19보다 더 강했다고 볼 수 있지만 코로나19는 아직 진행 중이라서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사스의 불안과 공포로 민간소비에 영향을 준 것은 확실하다. 민간소비(실질) 증가율을 보면 2002년 4분기 6.2%에서 다음 분기 1.4%, -0.7%, -1.1%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는 사스 때문이 아니라 다른 요인 때문이다. 즉, 2002년 10월 2차 북핵위기(북한의 고농축우라늄 개발 인정)가 발발한 데다 2003년 3월 20일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고, 그 위에 2002년 카드 사태에 따른 대대적인 가계신용 축소가 있었던 때문이다. 따라서 사스 때문만으로 서비스업 생산이 줄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2015년 5월 메르스 확진자는 전 세계에서 1천200여 명이었고 사망자는 490명이었는데 한국에서 확진자 186명, 그리고 사망자가 38명으로 나타났다. 당시 거시경제지표를 보면 2015년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2.5%에서 2.0%로 떨어진 다음 곧바로 3분기에 3.3%로 반등했다. 메르스에 따른 거시경제성장률 하락 효과는 미미했다. 게다가 민간소비는 2015년 2분기 1.8%에서 다음 분기 2.0%, 그리고 그다음 분기 3.4%로 꾸준히 상승했다. 소매판매액 총지수도 2015년 5월부터 약 3개월간 백화점, 대형마트, 전문소매점의 판매가 둔화되었지만 곧바로 회복되었다. 다만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메르스 사태 이전인 2014년 내내 어려웠다. 도매업, 소매업은 2014년 8월 이후, 그리고 숙박업과 음식주점업은 2014년 12월 이후 계속 부진했다. 그런 와중에 2015년 5월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면서 2016년 2월까지 도매업, 소매업, 운수창고업, 숙박업 및 음식주점업 등 서비스업 전반의 생산이 크게 부진했다. 즉,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어려웠던 백화점, 대형마트, 전문소매점의 소매판매액이 크게 둔화되었고 도매업, 소매업, 운수창고업, 숙박업 및 음식주점업 생산에 큰 타격을 준 셈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큰 우려는 거시적인 경제성장률 충격보다도 세계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어떻게 되느냐 하는 문제다. 금년 들어서 3월 10일까지 미국 다우는 –16.1%, 나스닥은 –10.4%, 일본 닛케이는 –16.0%나 추락했다. 주식시장 폭락 강도는 과거 어떤 질병 사태보다도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물론 세계주식시장이 폭락한 것이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의 실물투자는 오래전부터 부진했고 중국을 포함한 세계 실물경제도 둔화 조짐을 보여 왔다. 그 위에 각국이 동원할 수 있는 금융통화정책 수단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이 모든 내부 불안 요인을 외부적으로 터뜨린 것이 코로나19 사태였다. 세계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된다면 대규모 디레버리징(deleveraging)과 외자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주가의 추가적인 폭락과 환율 불안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경제대책은 금리 인하나 혹은 기본소득 지급과 같은 광범위하고 거시적인 정책보다는 타격을 입은 업종, 지역, 기업에 집중하여 지원하는 미시적 혹은 핀셋 정책에 치중해야 할 것이다. 그에 더하여 세계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을 준비해 둬야 할 것이다. 급격한 외국인 자본 유출에 대한 대비책, 환율 급등에 대한 대비책, 주가안정화 대책, 충분한 외환 유동성 보유 및 관리 등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에 정부는 물론 언론과 정치인들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불필요한 불안감을 선동적으로 조장하기보다는 침착함과 꼼꼼함과 정확함을 가지고 대처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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