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박문재 번역, 현대지성, 2018.
코로나19의 창궐은 대한민국이 유사이래 처음 접해보는 엄청난 시련이다.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은 더 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 위기가 극에 달하는 순간 우리는 또 다른 세상의 문 앞에 서게 된다. 그 문을 열고 나가는 우리의 모습은 이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 가느냐에 달려있다.
이런 공동체적 삶의 위기에 직면한 때에 '명상록'을 만났다. '명상록'은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로마의 최고 통치자이면서 평생 전장을 누빈 장수로서, 또한 철학자로서 스토아 사상을 지키고 실천하기 위한 고민과 자기성찰이 담긴 짧은 글들을 모은 책이다. 저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의 오현제(五賢帝) 중 마지막 황제였다. 그는 12세 때부터 철학에 깊은 흥미를 보여 유니우스 루스티쿠스의 지도 아래 스토아 철학에 심취했다. 에픽테토스의 담화록은 그의 사상에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 그가 노예였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후에 로마 황제가 된 사람의 사상적 스승이 노예 출신이라는 점은 로마의 포용성과 합리적 사고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다.
스토아 사상은 헤라클레이토스의 로고스(이성)를 계승하였다. 최고의 선을 덕이라 하였고 아파테이아를 지향하였다. 스토아 사상에서 말하는 덕(내면의 힘)이란 용기와 불굴의 의지를 통해서 의무에 충실하고, 자신을 절제하며 유혹에 빠지지 않으며, 세상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타인에 대해서 자비심과 동포애를 가지는 것을 뜻한다. 아파테이아란 어떤 것에 의해서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부동심의 상태를 말한다. 짧은 시간에 스토아 사상을 다 이해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 삶 곳곳에 스토아 사상이 스며들어있는 점을 발견하게 되면 '명상록'을 좀 더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성적이고 보편적이며 공동체적인 정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다른 것들에는 전혀 눈을 돌리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정신과 그 활동이 늘 이성적이고 공동체적이 되게 하는 것, 그리고 그러한 목적을 위해서 자기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과 협력해서 일하는 것에만 몰두한다."(p112)
'명상록'에 수없이 등장하는 공동체를 위한 헌신을 강조하는 부분은 지금의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이 될 듯하다. 주어진 상황에 불평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삶이야말로 '명상록'의 핵심이다. 공동체를 안전하고 소중하게 지켜내기 위한 대구경북 시민들의 노력에 아우렐리우스 황제도 감탄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새로운 문을 나서는 우리의 모습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계속해서 읽혀지는 고전은 삶의 보편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1800여년의 시간을 넘어 읽혀지는 '명상록'도 그런 책이다. 삶과 공동체에 일어나는 위기의 순간을 극복한 통찰의 힘이 담겨있다. 지금의 위기가 처음이 아니었으며, 그 고난을 이겨낼 지혜와 용기가 우리 안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고전(古典)은 오랜 시간의 강물 저편에 있는 깊은 성찰과 마주하게 해 준다. 지금의 두려움은 잠시 내려놓자.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고 우리의 '명상록'을 적어 봄이 어떨까.
최성욱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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