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쪽짜리 마스크 5부제…"아이랑 함께 못 기다려 집에만"

혼자 가자니 집에 남은 어린아이 걱정, 아이와 함께 줄 서자니 코로나19 감염 걱정
대리구매하러 가도 "기다린 손님들 불만 제기, 줄 두번 서라" 불편 가중

11일 서울 시내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서울 시내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로 도입한 마스크 5부제가 '반쪽짜리' 평가를 받고 있다.

어린 자녀 마스크를 함께 사려는 부모는 아이에 대한 감염 부담, 대리 구매할 동안 아이 돌봄 공백 등 문제로 구입을 포기한다. 부부, 자녀 등 가족끼리도 출생년도 끝자리가 모두 달라 불편이 가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인천 연수구에 사는 휴직 교사 A(33, 1988년생) 씨는 마스크 5부제에 해당하는 수요일(끝자리 3·8년생 구입 가능)을 맞아 약국에 마스크를 사러 가려다 금세 마음을 접었다.

아내(33, 1987년생)가 출근한 가운데, 어린 아이(2, 2017년생)만 집에 남겨두고 약국 앞에서 장시간 줄서 기다리려니 혹여 아이가 다치거나 아플까봐 걱정이 컸기 때문이다. 아이를 데리고 줄을 서는 것 역시 혹시 모를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주저됐다.

A씨는 "지난 달까진 물량을 구하기 다소 힘들더라도 한 명이 발품팔면 가족이 쓸 물량을 한번에 살 수 있었다. 지금은 날짜와 시간, 약국에 남은 마스크 재고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해 불편이 커졌다"고 말했다.

같은 날 대구 달서구에 사는 주부 B(31, 1988년생) 씨도 비슷한 이유로 외출을 포기했다. 마스크 한 번 사자고 차로 30분 거리 강창에 사는 시부모에게 아이(2, 2017년생)를 잠시 맡기는 것도 못할 짓이라 생각해서다. 가까운 곳에 동생이 살지만 출근 중이라 맡길 상황도 안 됐다.

B씨는 "다행히 미리 사 둔 마스크가 남아 있어 이번 주는 버틸 수 있다. 다음주 아이 낮잠 시간에 잠시 다녀오는 등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나는 그나마 낫다. 주변 맞벌이 부부들은 평일 중 마스크를 사러 갈 시간이 없어 주말에 고생할 걱정이 크다더라"고 말했다.

8일 오전 전북 전주시의 한 약국에 공적 마스크가 입고됐다는 소식을 듣고 시민들이 구매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전북 전주시의 한 약국에 공적 마스크가 입고됐다는 소식을 듣고 시민들이 구매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마스크 5부제에 따르면 약국 등에서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은 출생년도 끝자리에 따라 구입 시기가 제한된다. 가족 구성원 당 2매씩만 구입할 수 있다. 다만 영유아 등 10세 이하 아이와 80세 이상 노인은 그 가족이 대리구매 대상 신분증과 동거 사실을 증명할 주민등록등본만 지참하면 어떤 날에든 대리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젋은 부부들은 어린 자녀 돌봄 문제로 우려가 크다. 11세 이상 자녀를 둔 부부 역시 각 구성원 출생년도가 맞지 않으면 한번에 가족 마스크를 충당할 수 없어 불만이다. 약국 별 마스크 물량도 아직은 많지 않은 탓에 주말 중 약국 쏠림 현상이 예상된다.

일부 약국에선 마스크를 대리구매하러 온 시민에게 "다시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라"고 요청하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기다리던 손님들이 "앞 손님에게 많이 팔면 뒷사람은 어쩌라는 거냐"며 불만을 제기한다는 이유다.

지난 10일 대구 한 약국에서 줄을 두 번 섰다는 시민 C(32) 씨는 "약국이 문을 열자마자 가서 20분 만에 아이 마스크를 먼저 사고, 다시 15분 더 기다려 내 마스크를 샀다. 약국 사정도 이해는 하지만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우체국 등 마스크 공적 판매처가 늘고 마스크 공급량도 좀더 넉넉해질 때야 해소될 전망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날부터 전국 우체국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마스크 중복구매 확인시스템'을 적용, 5부제 판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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