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답답한 주민들…직접 '소문' 모아서 확진자 동선 공유

행정당국 대신 자구책 마련…모여든 정보 서로 체크, 사실과 거짓 확인하며 알려
최근 신천지 교인 초대해 청문회 진행

지난 6일 청도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코로나19 정보교환 오픈 채팅방에서 주민들이 코로나19 확진자의 가족인 한 신천지 신도에 대한 소규모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채팅방 화면 캡처
지난 6일 청도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코로나19 정보교환 오픈 채팅방에서 주민들이 코로나19 확진자의 가족인 한 신천지 신도에 대한 소규모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채팅방 화면 캡처

지난 6일 한 소셜미디어의 '코로나19 정보교환' 오픈채팅방에는 신기한 광경이 벌어졌다. 익명의 청도 지역주민들이 참여한 이 채팅방은 코로나19 확진자의 가족인 한 신천지 신도에 대한 온라인 청문회 자리였다. 100명 남짓한 주민이 질문을 던지면 신도는 답변하는 식이었다. 청문회는 약 2시간가량 진행됐다.

청도군의 소극적인 코로나19 확진자 정보 공개에 불만인 청도 주민들이 직접 정보 수집에 나섰다. 주민 스스로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확진자 동선과 의심환자 상태 등을 공유하면서 감염병 예방활동을 벌인 것이다.

오픈채팅방 운영자는 김경미(47) 씨.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는데도 상세한 동선을 공개하지 않는 청도군의 방역행정에 속이 타들어갔다는 김 씨는 지난달 29일 직접 오픈채팅방을 만들었다. 청도군청 홈페이지의 확진자 정보로는 청도 대남병원의 종사자인지, 환자인지도 알 수 없었고 이동 시간과 머문 장소도 자세하게 안내돼 있지 않아서였다.

자구책 마련에 나선 김 씨는 청도군 내 '카더라 정보'를 모조리 수집했다. 주민들이 직접 보고 들은 정보를 채팅방에 모은 뒤 지인들을 통해 사실 확인을 했다. 공유된 정보는 예방 수칙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됐다.

김 씨는 "확진자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기도 하고 확진자가 다녀간 곳을 방문할 때 조심하자는 내용 등도 공유한다"며 "우리가 먼저 알아낸 사실을 청도군에서는 한참 뒤에 발표하기도 한다"고 했다.

확진자로 판정된 신천지 신도의 가족을 초대해 청문회도 진행했다. 김 씨가 블로그에 확진자 소식을 올리자 당사자의 아들인 한 신천지 신도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직접 연락해 온 것. 김 씨는 이 신도를 오픈채팅방으로 초대해 청문회를 열어 정확한 정보를 얻고 오해를 피하고자 했다.

어디에 격리됐는지, 동선은 어땠는지 등 오픈채팅방에 참여한 주민들은 사전에 질문지를 작성해 신천지 신도와 대화를 나누며 궁금증을 해결했다. 청문회가 끝난 뒤 채팅방 주민들은 대화 내용을 파일로 정리해 다른 이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청도 확진자 동선 공개' 실시간 검색어 띄우기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검색어에 올리기엔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지만 일말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서다. 김 씨는 "확진자 동선이 이렇게 공개가 안 되는 곳도 없다. 검색어에 뜨면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겠냐는 심정이다. 정보에 목마르고 절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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