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때아닌 '기본소득' 논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미증유의 감염병으로 사회, 경제, 복지 등이 거의 멈춰서버린 대구경북 지역을 한정해 기본소득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다. 기본소득제도는 재산·소득 유무, 노동 여부나 의사와 관계 없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정부가 최소 생활비를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역사상 최초의 기본소득제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서로마제국의 '빵과 서커스'(Bread and Circuses)다. 서로마는 시민권자 모두에게 한 달에 30㎏의 밀을 배급하고 검투·전차경주 경기 티켓, 공중목욕탕 입장권 등을 무상 제공했다. 배급받으려는 줄이 하도 길어서 몇 시간을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한다.
사실, '빵과 서커스'는 휴머니즘의 발로라기보다 선심성 정책에 가까웠다. 서로마 황제는 노예와의 일자리 경쟁에서 밀린 로마시민들이 폭동을 일으킬까 두려워 이 정책을 썼다. 공짜로 주어지는 밀 덕분에 노동에서 해방된 로마인들은 목욕탕과 콜로세움을 오가며 시간을 죽였다. 시민들의 정치적 관심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국가 방위도 게르만 용병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국가 시스템은 활기를 잃어갔다. 결국 서로마는 200년 후에 멸망하고 만다.
밀 30㎏의 당시 가격은 요즘 돈으로 50만원 정도다. 역사상 그 어떤 제국도 이만한 재정적 소요를 장기간 감당해낼 수 없다. 당시 세계 최강국 로마는 식민지 수탈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빵과 서커스'는 오늘날 기본소득제에 대한 비판론의 논거로 인용된다. 실제로, 전 세계 어디에도 기본소득제를 전격 시행하는 나라는 없다. 기본소득제가 일자리 전쟁에서 로봇과 인공지능에 밀리는 21세기 인류를 구원할 묘책이 될지, 나라 재정만 거덜내는 망국의 지름길일지 속단하기 힘들다.
다만, 지금 대구경북에 도입하자는 '재난형 기본소득제'는 특수 상황에서 일회성으로 시행하자는 점에서 기본소득과 궤를 달리한다. 대구경북으로서는 사정이 다급한데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재난형 기본소득 논의에 '기본소득'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오히려 소모적 논란만 부추길 공산이 크다. 재난형 기본소득제가 정쟁으로 변질되거나 말 부조로 끝나서는 안 된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