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코로나 춘래불사춘

마이락 전직 중학교 교감

마이락(전직 중학교 교감)
마이락(전직 중학교 교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집 안에 갇혀 창살 없는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나 같은 범부는 온갖 생각이 다 난다. 가고 싶은 곳 못 가고, 하고 싶은 것 못하는 심정이 미칠 것만 같다. 옛날 선비들의 귀양살이가 이랬을까. 이제는 너무 지쳐서 하나님의 시련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이번 일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위로가 된다. 바다에 큰 풍랑이 일 때 난파되는 배도 있지만, 풍랑을 이용해 더 빨리 항해하는 배도 있지 않은가.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여러 가지 작은 행복을 누리면서 살아온 것이 큰 즐거움이었구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국가가 있다는 것, 부모 형제, 스승, 치안을 담당하는 기관 등 이 모두가 우리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요인들인데 그것을 잊어 버리고, 아니 모르고 살아왔다. 이것이 인간의 과한 욕심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하니 부끄럽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모두가 행복의 조건이 아닌 것이 없다. 요사이 집 안에 박혀 있으니 작은 행복을 잊어버리고 지낸 것이 무척 후회스럽다. 친구들과 어울려 포장마차에 모여 앉아 인생을 논하던 때나, 미세 먼지가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시내를 활보하다 점심 먹을 걱정을 하던 그때가 그립다. 맑은 하늘을 쳐다보며 즐길 줄도 몰랐다. 노인복지관에 모여 수다를 떨면서 시간 보내다가 1천500원짜리 밥을 먹겠다고 줄을 서서 지루함도 참으면서 보낸 시간들, 추억이자 작은 행복이었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다.

집 안에 들어 앉아 TV를 보면 온 세상이 코로나19로 난리법석이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이 또한 지나가면 추억이 되겠지 하면서 마음을 토닥인다.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사람들, 자영업자들, 일용 근로자들 등 고통받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환자들을 구하겠다고 발 벗고 나서는 의료인들과 봉사자들의 노고는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맙다. 코로나19 국난 와중에 제2, 제3의 이태석 신부님 같은 분이 나오고 있다. 자기들의 생명을 돌보지 않고 뛰어든 그 희생정신은 두고두고 존경받을 만하다.

이 사태가 지나가고 나면 그분들도 작은 행복을 누렸으면 좋겠다. 이번 사태로 특별히 어려움을 겪는 분들은 힘내시기 부탁드린다. 희비가 있고, 행·불행이 교차되는 것이 인생살이다. 인생은 고행이라 했지 않은가. 행복이 온다는 희망을 갖고 적극적으로 헤쳐나가는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 낙심하지 말고 굳세게 살아가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고, 그것이 행복으로 이어질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샤르트르는 이 세상에서 한 사람의 불행한 자가 있다면 그 또한 나의 책임도 있다고 했다. 그 말을 잊지 말고 오늘의 이 어려움을 서로가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이자. 서로 탓할 것이 아니라 서로가 위로하고, 모두가 겪을 교훈이라 생각하자. 이번 사태를 통해서 바이러스 연구의 단초가 되고, 전염병에 대한 대처 요령을 터득하는 방법도 익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국민들도 정부 시책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요령도 알았다. 하루속히 평온을 되찾아 이번 코로나19 정복이 전 세계에 모범 사례로 남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왔건만 봄같지 않음)이란 말은 지금을 두고 한 말 같다. 언젠가는 따뜻한 봄바람이 불고 꽃이 피면 우리 모두 고생한 것, 보람을 느끼면서 작은 행복 아니, 보람찬 큰 행복을 즐기면서 코로나19 극복이 후세에 좋은 업적으로 전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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