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1시쯤 대구 달서구 성서공단 인근 한 편의점 앞. 강풍이 부는 궂은 날씨에도 마스크를 받으러 나온 외국인근로자들로 북적였다.
이곳을 찾은 외국인근로자 대부분은 면 마스크 등 일반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KF 의료용 마스크 쓴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대기줄은 시간이 갈수록 길어졌다.
이날 행사는 성서공단노동조합이 마련한 '평등 마스크 배포의 날'. 성서공단노동조합은 전국에서 기부받은 마스크 1천500장과 손소독제를 공단 인근에 사는 외국인근로자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행사를 준비했다. 노조는 앞으로 3월 한달 동안 매주 일요일 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 12일 '마스크 불평등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불평등의 상징이다'라는 성명을 발표한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연대회의' 등은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제대로 된 마스크 공급 없이 기숙사 바깥으로 나가지 말라는 통제만 받고 있고 먼지가 잔뜩 묻은 작업용 방진 마스크를 빨아서 사용하고 있다"고 고발한 바 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베트남 국적 A(33) 씨는 "주말에 하루 휴무를 써야 겨우 마스크를 사러 갈 수 있는데 구할 곳도 마땅찮다"고 하소연했다.
네팔에서 온 B(41) 씨도 "마스크는 회사에 주는 게 전부인데, 주변을 보면 안 주는 회사가 더 많다"며 "우리 사장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다른 동료들의 사장들은 '나 쓸 것도 없다'면서 나 몰라라 한다"면서 했다.
노동단체들은 정부의 공적 마스크 공급 정책에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각지대가 있다고 지적한다. 약국과 우체국을 통한 공적 마스크 보급은 국민건강보험 가입한 이들에게만 해당하기 때문에 입국한 지 6개월이 되지 않는 이주민이나 일부 G-1 비자 체류자, 미등록 이주노동자, 일부 농축산업 노동자에게는 허울뿐인 정책이라는 것이다.
김용철 성서공단노조 노동상담소장은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더라도 마스크 5부제가 도대체 무슨 말인지 잘 모른다. 다들 주말도 없이 일하는데 약국 앞에서 줄을 서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경북지역은 약국 찾기가 더 어렵다"며 "외국인 마스크 구매 대상자를 확대하고 대리 구매 요건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