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코로나19 현장 지휘를 위해 대구에 가기 앞서 정부세종청사를 찾은 정세균 국무총리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날 고위 당정청 협의회 결과 브리핑에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대구경북 최대 봉쇄 조치'를 언급, 민심이 들끓고 있을 때였다. 정 총리가 대구경북의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도 지역민들을 자극하고 있었다.
대구에 도착한 정 총리는 경북 칠곡군 대구은행 연수원에 '야전 공관'을 마련했다. 사무실은 주로 시청 본관 2층의 권영진 시장 정무특보 사무실을 활용했다. 연수원이 경증 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로 운영되자 4성급 호텔인 노보텔로 옮겼다.
방역과 더불어 병상 및 의료인력 부족을 해결하는 게 발등의 불이었다. 오전 8시 30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본부장 자격으로 회의를 주재한 뒤엔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행원도 5명 안팎으로 최소화했다.
초반은 악전고투였다. 확진자가 수백명씩 쏟아지는 가운데 코로나19 현장은 총리라는 존재를 부담스러워했다. 총선용 보여주기식 행보에 그칠 것이라는 지역 여론도 적지 않았다.
정 총리는 첫 외부 일정으로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을 찾았다. 환자 치료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병상 확보와 마스크 수급 문제를 놓고는 잇달아 머리를 숙였다. 병상 확보 같은 급한 불을 잡은 뒤엔 대구지역 경제인 등을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범정부적 차원의 사태 극복을 위한 행보를 병행했다. 중대본 회의 13회, 현장점검 19회, 간담회 7회를 소화했다.
체류 19일 중 온전히 대구를 떠난 것은 11~12일 뿐이었다. 코로나 추경안 시정 연설을 위해서였다. 대구에서는 매일 오전 5시 30분부터 자정이 넘어서까지 일정과 업무를 소화했다는 게 총리실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런 정 총리가 15일 대구와 경북 일부 지역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선포라는 결과물을 내놓고 일단 대구 체류를 접는다.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분위기 속에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구의 마지막 공식 일정은 지난 14일 의료인 격려였다.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이뤄진 만큼 직접 머무르기보다 서울 등을 오가며 코로나19 대응에 나선다.
그는 대구에 내려온 뒤 "텅 빈 도심을 보고 가슴이 매우 아프고 눈물이 날 정도로 안타까웠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정 총리는 15일 중대본 회의에서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피해 수습의 시작"이라며 "정부는 앞으로 대구경북과 함께 피해상황을 점검하고, 지역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한 수습 및 복구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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