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텃밭' TK 아비규환인데…통합당 공관위-최고위 공치사만

‘무소속 당선자=입당예정자’라는 교만한 태도, 상식 이하 행태 부추겨
잇따른 통합당 중앙당-텃밭 불협화음 차기 대선에도 영향 미칠 듯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긴급 경제대책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긴급 경제대책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의 공천농단으로 '텃밭'인 대구경북(TK)은 난리법석인데 중앙당은 태연하기만 하다.

심지어 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의(최고위)는 TK 정치권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의 오만하고 무례한 막무가내 공천(막천)을 바로잡기는커녕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 어처구니없는 행태까지 보였다.

정치권에선 통합당이 '어차피 총선 끝나면 무소속 당선자 일괄 복당으로 잊혀 질 일,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안일한 태도를 고치지 않는다면 오는 2022년 대통령선거에서 거센 후폭풍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텃밭'이야 어찌되건 공천 지분 챙기기 바쁜 중앙당

통합당 최고위원회의는 지난 13일 김형오 공관위원장 전격 사퇴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심야회의를 가진 후 "(김형오 위원장)은 이기는 공천, 혁신 공천, 경제 살리는 공천을 직접 결과로 보여주셨다"며 "김형오 위원장을 이어 이석연 공관위 부위원장께서 공관위를 잘 이끌어주시고 여러 의견과 다양한 목소리를 골고루 수렴하여 혁신과 통합 공천의 임무를 완수해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최고위의 두둔에 힘을 받은 공관위 역시 기존 공천기조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공천파동 진화를 위해 마무리를 서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석연 공관위원장 직무대행은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고위 입장문은) 당연한 결정이자 순리에 따른 결정"이라며 ""공관위는 그대로 종전 기조를 유지하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 절차를 빠른 시일 내 끝내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촉박한 총선일정을 고려해 공관위를 더 이상 흔들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최고위의 의중이 반영된 결론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공관위를 새로 구성하거나 하는 수준의 변화를 줄 경우 공천판 전체가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에 최고위원들이 모두 동의한 것으로 안다"며 "기존 공천 결과에 힘을 실으면서 일부 보정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 이번 조치의 함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공천을 둘러싸 최고위와 공관위 사이의 이른바 '짬짜미' 담합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봉합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기존 공관위를 통해 공천영향력을 행사한 최고위원들이 자신의 공천지분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 공관위와의 공생을 선택했다는 주장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중앙당 최고위가 폭발하는 텃밭의 반발여론을 수렴해 공관위를 강력하게 견제하지 못하는 이유는 공관위에 신세진 일이 많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공관위의 공천결과에 상당부분 최고위원들의 입김이 작용해 있다면 지금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 이석연 부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에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 이석연 부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에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폭발하는 공천불만에도 둘러대기 바쁜 통합당, 차기 대선에서 역풍 불수도

지역 정치권에선 중앙당의 안일한 현실인식과 구태에 아연실색(啞然失色)하며 실망을 넘어선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대구의 한 현역 국회의원은 "공천결과에 대한 재심청구가 쏟아지고 현역 국회의원의 무소속 출마가 잇따르는 등 지역 정치권이 혼돈상태에 빠져 있는데 공관위와 최고위가 공치사만 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TK정치의 경쟁력과 고유성이야 어찌되건 최고위와 공관위가 공천지분만 챙겨 온 구태를 답습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무소속 당선자는 통합당 입당 예정자'라는 중앙당의 교만한 태도가 무리한 낙하산 공천과 상식 이하의 행태를 보이는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계산에서다.

이 같은 분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역의 무소속 바람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중앙당의 방관과 지역에서의 민심이반이 상승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전 대표가 12일 오후 경남 양산시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출마와 관련한 거취를 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전 대표가 12일 오후 경남 양산시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출마와 관련한 거취를 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17일 공식 출마선언을 하며 멘 앞줄에 설 예정이다. 여기에 곽대훈 통합당 국회의원(달서갑)이 공식적으로 무소속 출마의사를 밝혔고 김석기(경주)·백승주(구미갑) 의원도 재심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무소속 출마도 강행한다는 각오다.

정치권에선 최고위가 공관위의 손을 들어준 상황이라 이들 현역 의원들의 구제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욱이 지역 정치권에선 연이은 통합당의 헛발질에 중앙당과 텃밭 사이의 소통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통합당 관계자는 "코로너19 사태에 대한 대응에서부터 최근 공천농단까지 '어떻게 하면 이렇게 지역민의 마음과 거꾸로 갈까' 할 정도로 중앙당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며 "이렇게 가다간 차기 대선에서 표를 달라고 부탁하기도 힘든 지경"이라고 걱정했다.

이와 함께 지역 정치권에선 지역의 정치생태계를 반복적으로 교란해 온 중앙당의 행태를 바로잡을 수 있는 궁극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TK정치의 기초체력을 갉아먹는 낙하산 공천을 근절하지 않으면 지역 정치의 미래도 없다는 각오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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