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코로나 끝은 온다구요~♬' 이종일 놀이연구소장

코로나 극복을 위한 마스크·노래·놀이 보급

이종일 놀이연구소장이 코로나를 이길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직접 작곡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이종일 놀이연구소장이 코로나를 이길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직접 작곡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코로나 19 감염 확산으로 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마스크를 만들어 이웃들에게 전달하는가 하면 마을 방역작업 참여, 도시락 전달 등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뜻있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종일(52) 놀이연구소장도 그런 사람 중 한사람이다. 이 소장은 마스크를 손수 제작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에 전달하는 한편 코로나 극복을 위한 노래·놀이 등을 보급하고 있다. 이 소장은 "이번 코로나 사태를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이겨내 새로운 위기 극복의 모델을 만들자"고 말했다.

◆"노래로 코로나를 이겨요"

'언젠가 끝이 와요. 나를 격려하고 좋은 일 하세요. 규칙을 지켜 가짜뉴스에 속지 말아요 .도움줄 곳 도움 받을 곳에 연락을 해봐요. 지나친 감정에 흔들리지 말아요. 끝은 온다구요 끝은 온다구요' -노래 '끝은 온다구요'

이 소장이 만들어 유튜브에 올린 노래다. 이 노래는 서울시 코비드19 심리지원홍보단의 '코로나19를 이길 수 있는 방법 7가지'를 과도한 불안과 공포로 마음이 지쳐있는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이 소장이 작사·작곡한 것이다. 코로나19을 이길 수 있는 방법 7가지에는 코로나 감염 확산으로 시민들이 외출을 삼가고, 초중고등학교에서 개학을 늦추면서 가족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밖에 나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적절한 대응법과 청소년 자녀들과 대화하는 법 등이 소개돼 있다.

이 소장은 "길을 걷다가 코로나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노래로 만들어 보급하면 좀더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겠다 싶어 작곡했다"며 "작곡하는데 몇 분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즉흥적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1분 정도 길이의 이 노래는 스윙, 셔플 리듬의 동요풍 포크송으로 몇 번 따라 부르면 누구나 금방 따라 부를 수 있다.

이 소장은 "동요는 남보다 잘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라면서 "앞으로도 코로나와 관련한 노래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페 라일락(대구 중구 서성로)에서 코로나 극복을 위해 자녀들과 공연을 펼치고 있는 이종일 소장.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이종일 소장이 직접 작사·작곡한 "끝이 온다구요" 악보

◆'코로나 자가격리자를 위한 놀이' 보급

이 소장은 '자가격리자를 위한 놀이'도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다. "아이들이 집안에 갇혀있으니 심심하잖아요. 그래서 집안에서 가족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놀이를 하면 어떨까 하다가 생각해낸 것이 '부모와 아이를 위한-코로나 자가격리 학교'"라고 설명했다. 제1교시 '산가지 놀이', 2교시 '꼬끼오목', 3교시 '엄마의 마음을 노래하기', 4교시 '백점 달력놀이', 5교시 '신발끈 웃기게 묶기', 6교시 '학부모 초청 일일교사 특강', 7교시 '숨어 있는 편지-글놀이', 8교시 '무통증 마스크 만들기' 등 지금까지 8편의 영상을 만들어 노래와 함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소장은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집안에서만 지내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시간이 나는대로 계속해서 올린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페 라일락(대구 중구 서성로)에서 코로나 극복을 위해 자녀들과 공연을 펼치고 있는 이종일 소장.

◆마스크 만들어 취약계층에 전달

이종일 소장은 지난달 중순 지역에 코로나 집단 감염자가 속출하자 먼저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해 마스크를 만들어 전달했다. "봉사하고 있는 쪽방촌에 누군가가 라면을 기증한 것을 보고 아차 싶었다. 코로나 같은 일이 발생하면 가난한 서민들이 제일 힘들다.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마스크를 만들어,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자'는데까지 생각이 미쳐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한복디자이너 부인과 단둘이 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전해들은 주위의 지인들이 힘을 보태겠다는 의사를 전해와 동참하게 됐다. 먼저 시장에서 마스크 재료인 겉감과 안감, 끈을 구입했다. 봄이라 받는 이의 기분과 분위기도 바꿀 겸 예쁜 색상으로 구입했다. 부인 공방에서 직접 천을 재단하고 재봉틀을 돌려 마스크 백수십 개를 제작했다. 만든 마스크는 지난달 25일 대구쪽방상담소와 한사랑 어린이집에 전달했다.

이 소장은 "저의 뜻에 선뜻 따라준 아내와 지인들이 고맙다. 비용도 들고 수작업으로 만들다보니 힘은 들었지만 소외계층을 위하는 마음로 힘을 냈다. 받은 이들도 고마워해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 이후 이 소장은 마스크를 만들어 필요한 곳에 전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한 번 하고 그만두려고 했는데 필요한 곳이 많아 계속 제작하고 있다. 초중고가 개학하면 더 필요할 것 같아 틈나는대로 아내와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 소장은 손수 만든 마스크를 이웃에게 전달했다는 일이 알려지면서 도움을 주는 이도 있다며 겸연쩍어 했다. "후원을 받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공방에 돈을 몰래 놓고 가는 이도 있고, '좋은 일 한다'며 통장으로 돈을 부쳐주는 이도 있다. 또 자투리 천을 가져가라는 이불가게도 있다"며 부담스러워 하면서 "그래서 그만둘 수 없게 됐다"며 웃어보였다.

이 소장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마스크 몇 개라도 만들어 전달하자고 시작하게 했는데 너무 크게 알려져 부끄럽다"며 "작은 정성이지만 바이러스 차단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잘 극복해 대구시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자"고 말하는 이종일 놀이연구소장.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코로나 극복하자"

이 소장은 이번 코로나 사태가 하루빨리 끝이 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함께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역에 초유의 위기를 맞아 누군가는 앞장서야 한다. 당연히 해야 되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이제 동참하는 이가 많아져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또 "이번 코로나 사태를 잘 극복해 대구시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자. 위기를 극복한 모델을 만들어보자. 서로 합심하면 충분히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끝으로 "지역사회의 재난은 함께 치유하고 극복해야 한다. 따라서 각 단체 간 유기적인 연대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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