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대구 경제가 완전히 멈췄다. 지난달 18일, 대구에서 첫 확진자(31번)가 발생한지 한 달. 시민들이 잔뜩 움츠러든채 소비 활동에 나서지 않으면서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은 폐업까지 생각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다.
자영업의 어려움은 유동인구 통계에서 짐작할 수 있다. 대구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평균 일일 지하철 이용승객은 14만3천82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분 1 수준이다. 일요일인 지난 8일 기준 중앙로역 이용승객은 1천96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10분의 1 꼴이다. 동성로나 동대구역, 서문시장 등 거대상권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작년 매출의 절반도 안돼"…자영업자 한숨
평생 모은 돈을 모두 투자해 대구혁신도시에 카페를 차린 B씨는 현재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B씨가 내민 카드매출표에는 지난달 매출로 224만930원이 적혀 있었다. 이달 들어서는 12일까지 67만2천450원. 작년 2월과 3월 매출이 각각 630만7천790원, 957만2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매출이 70% 가까이 줄었다.
B씨는 "월세 200만원과 아르바이트생 4명 월급 350만원, 각종 세금과 재료비 등을 더하면 매달 고정지출만 700만원인데 두달 연속 500만원씩 적자가 났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쉽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보니 부모님도 '차라리 장사를 접는 게 어떠냐'고 하신다"고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작년 10월부터 대구 수성구에서 유명 가구 브랜드의 인테리어 매장을 운영하는 C씨는 사무실 임대료와 직원 월급 등 매월 고정 비용이 1억여원인데, 이달 매출은 7천~8천만원도 넘기지 못해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꾸준히 매출액 2억원을 기록해 왔지만, 대구에서 31번 확진자가 나온 지난달 18일 이후 인테리어 상담 예약이 단 한 건도 없다"고 했다.
여행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대표 업종이다. 대구 북구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D씨는 직원을 모두 내보낸 채 아예 사무실 문을 닫았다.
그에 따르면 여행 예약은 보통 4~6개월 전부터 이뤄지는데 2월 이후 확정된 예약은 0건이다. 3월로 예정됐던 100명짜리 단체여행 예약 3건과 20~30명 규모 예약 10여건이 모두 취소됐다. 11월 동남아 여행 한 건에 대한 견적 문의가 고작이다.
D씨는 "현재 세무사와 휴업신고 할지를 의논중"이라며 "사스나 메르스 때는 매출이 10% 정도 줄어드는 데 그쳤는데 이정도 매출감소는 10년 동안 여행사를 운영하며 이번이 처음"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소비 실종'에 '대구 포비아'까지
감염 우려 탓에 시민들이 매장 방문을 꺼리면서 음식점들은 포장배달로 선회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소비위축 앞에서는 답이 없는 상황이다.
대구의 한 냉면전문 체인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갈비탕과 수육 등 배달에 치중에 배달 매출이 소폭 늘었다. 하지만 정작 주 메뉴인 냉면은 배달이 어렵고 전체적인 소비 위축 탓에 식당 전체 매출은 60~70%가량 줄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대구의 한 치킨프랜차이즈 업체도 코로나19 이후 배달 쪽으로 마케팅을 대폭 강화했지만 매출 하락을 막는데는 역부족이다. 치킨프렌차이즈 업체 대표 E씨는 "홀 매출이 90% 이상 급감하다보니 배달 매출이 과거에 비해 두 배 가량 늘어도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매장이 대부분"이라고 막막해했다.
문제는 앞으로가 더 막막하다는 점이다. 동성로에서 뷰티숍을 운영하는 F씨는 "자영업자 뿐 아니라 급여생활자들마저도 일자리를 잃거나 월급이 깎이는 상황이다. 가계 가처분소득이 본격적으로 줄어드는 앞으로의 상황이 더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뷰티업 경우 코로나19가 종식되도 예전 매출을 회복하는데는 1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타지역 배송으로 매출을 올리는 업체들 경우는 '대구 포비아(공포증)'로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묘목, 비료 등을 납품하는 G씨는 최근 2천500만원어치 묘목 5천주 예약이 날아갔다. 구매자가 '대구에서 보내는 거면 보내지 말아달라. 대구에서 재배한 사실이 알려지면 어차피 판매도 어렵다'며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그는 "묘목을 모두 뽑아 포장작업까지 다 끝냈는데 전날 저녁 전화가 와서 예약을 취소했다. 이렇게 되면 묘목을 버릴수도 없고 다시 땅에 심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인건비만 2배로 날리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대구백화점 역시 '대구포비아'의 피해를 입고 있다. 아예 백화점 이름에 '대구'가 들어가는 탓이다. 대구백화점 관계자는 "전체 온라인 매출 중 대구는 20%에 불과하고, 나머지가 타지역인데 구매자들이 대구에서 배송받는 자체를 꺼리면서 지난달 온라인 매출이 35% 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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