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국인 입국자 2주간 격리 조치
강제 징용·수출규제 문제와 관련성
방역 이외 감정 섞으면 관계 더 악화
물리적 단절 재고 관계 개선 도모를
한동안 잊고 있었던 중국과 일본의 지인에게서 메일이 왔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외신으로 전해지는 대구의 상황을 보고 안부가 궁금했단다. 중국 지인은 생필품이나 마스크가 부족하면 알려 달라고 했다. 코로나19의 위기를 넘겼다는 약간의 안도와 함께 한국을 걱정하는 뉘앙스였다. 항저우의 대학에 근무하는 그는 방학 중 고향에 왔다가 돌아가지 못하고 인터넷 수업을 하고 있었다. 아직 이동이 자유롭지 못해 학교는 대부분 원격 수업 중이라고 한다.
연락이 온 일본인 가운데 어느 정도 규모의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가 있다. 그가 속한 단체는 필자의 책을 일본에 번역 출간하는 데 도움을 주었었다. 그 역시 대구를 걱정하면서 일본은 마스크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 지금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은 최대한의 코로나 검사를 하고 있는데, 일본은 "미지(未知)의 위협에 대한 매뉴얼이 없고, 병원에 입원할 정도가 아니면 검사를 하지 않는데, 어느 쪽이 방역에 효과적일까를 관찰하고 있다"는 의학적 소견을 덧붙였다. 신종 감염병의 방역에는 정해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위기가 때로는 보이지 않는 심리적 연대와 유대감을 싹틔운다. 반면에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고, 세계 각국이 한국에 대해 문을 걸어 잠그듯이, 물리적 단절을 초래하기도 한다. 최근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상황을 보면,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구호가 떠오른다. 국경 폐쇄나 봉쇄가 보건과 질병예방 등 이른바 인간 안보(human security)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효과가 있어도 일시적, 부분적이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 1월 30일 "여행 또는 무역제한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지난 13일에는 팬데믹(pandemic·세계 유행)을 선언하면서도 극복을 위한 연대를 강조했다. 감염병 통제를 위한 국경 폐쇄 등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일찌감치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이탈리아는 수백 명의 사망자를 낼 정도로 위기를 맞고 있으나,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대거나 왕래가 자유로운 프랑스와 독일 등은 국경 폐쇄보다는 협력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탈리아의 상황은 팬데믹에 편승한 국경 폐쇄보다는 국내의 에피데믹(epidemic·지역 유행) 방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보건 강국이라는 일본이 지난주부터 한국인 입국자를 2주간 격리시키는 사실상의 국경 폐쇄 조치를 취했다. 한국은 대응 조치로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했다. 입국과 여행의 자유를 보장하니, 일본보다 훨씬 여유가 있는 조치이다. 법무부 집계로는 입국 제한 첫날 일본에 입국한 한국인은 3명, 한국에 입국한 일본인은 5명이라고 한다. 왕래가 불가능하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해 온 정부 간 정책대화도 화상회의를 하는 지경이다. 전쟁 중에도 최소한의 왕래는 있고, 근대 이전의 쇄국시대에도 표착민과 밀수꾼들이 있어 이 정도는 아니었다. '선진' 문명국가에서는 보기 드문 폐쇄성이다. 현재 국경 폐쇄는 대체로 의료체계가 취약한 국가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히는 짐 로저스(Jim Rogers)는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2019)라는 책에서 "일본은 50년 내에 국가의 존폐를 논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빠져들 것이다"고 했다(p.6). 저출산, 국가부채 그리고 폐쇄성을 그 이유로 꼽았다.(한국은 통일로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고, 곧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국가가 될 것이라 했다)
문제는 일본의 국경 폐쇄 조치가 코로나19의 방역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도 하지 않은 데에는 강제징용 문제와 국내 정치용의 한국 때리기가 작동했다고 전해진다. 작년 7월의 수출규제 조치의 연장이라는 것이다. 전염병은 보건문제로, 강제징용 문제는 역사의 보편적 정의의 문제로, 국내 문제와 국제 문제는 분리해서 풀어야 한다. 물감을 온통 섞으면 검은색이 되고, 빛은 섞으면 흰색이 된다. 문제를 섞어버리면 양국 관계는 더 암울해진다. 지금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협력할 때이며, 이를 계기로 관계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
이성환(계명대 교수 일본학전공, 국경연구소장)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