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이장기 대한노인회 대구연합회장

이장기 대한노인회 대구시연합회장
이장기 대한노인회 대구시연합회장

코로나19로 촉발된 국민들의 불안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체험한 세대로서 이번 사태를 겪으며 느낀 점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전문적 해법은 제시하지 못하지만 국가적 위기에 대응하는 지혜를 나누어 보고 싶어서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우리 사회가 보여주는 모습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하나는 여전히 미성숙함을 보여주는 정부 관계부처 등 공공 영역의 대응이고 하나는 성숙함을 보여준 국민들의 대처다.

공공 영역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겠지만 여전히 미성숙함을 노출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듯 사태 초기 안일하게 대응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또 마스크 공급을 둘러싸고 보여준 좌충우돌 양상도 미성숙한 대응의 전형이었다. 공급량이 충분하다고 보고했는데 현실은 반대로 흘러가자 문재인 대통령이 철저한 대책 마련을 지시하며 진화에 나서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그래도 마스크가 모자라자 위험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거나 면 마스크 사용하기를 권하는 등 수정 발표하면서 혼란을 부추겼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공공 영역의 탁상행정은 그들의 판단 기준이 현장과는 거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가장 수준이 낮은 것은 일부 정치인들이 코로나19 사태를 정략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대구가 미래통합당 지역이니 손절해도 된다"는 발언이 전형적이다. 이는 3주 동안 대구에 머무르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지휘한 정세균 국무총리 등 정부의 노력이나 사태 초기부터 현장에서 비상근무를 하고 있는 질병관리본부와 대구시, 경상북도 공무원 등 공무원들의 노고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에 견줘 국민들이 보여준 공동체 의식은 해외에서도 부러워할 만큼의 성숙함을 보여준다. 대구행을 자원한 전국의 의료진은 고군분투하며 바이러스 확산과 싸우고 있다. 자신의 위험도 아랑곳하지 않고 생업도 마다하고 대구를 찾은 그들의 고귀한 정신은 시민 사회의 성숙함을 방증한다. 전국에서 답지하고 있는 시민사회의 기부금품도 공동체 정신을 잘 보여준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철저한 대처, 성숙한 국민들의 노력이 이어진다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민족은 위기 때마다 늘 특유의 저력을 발휘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비롯,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 등 현대사의 고비마다 단결해 난국을 이겨냈다. 특히 대구경북은 국채보상운동, 독립운동 산실 등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위기에 처한 국가를 구하는 데 앞장섰다. 이런 사실은 대구경북 지원의 당위성에 힘을 실어준다.

이번 사태의 후유증은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죽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뒤에도 먹고사는 문제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북적이던 대구 동성로의 상가 3분의 2가 문을 닫고 많은 식당이 휴업 안내문을 내건 모습은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겪는 고충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맞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이어 지난 15일 대구경북 일부에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면서 강력한 지원책을 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정부의 이런 노력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그러나 지원을 더 늘려서 피해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를 희망한다. 국가 경제에 위협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 더 촘촘한 대책을 마련해 대구경북을 비롯, 전국의 피해 지역에 보상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또 공공 영역은 현장에서 해답을 찾는 발상과 행동의 전환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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