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간암 수술 받는 반려동물

반려동물도 암이 발생한다. 6세령 이상의 반려동물은 매년 정기검진을 권장한다. 사람으로 비교하자면 50대 이후 5-7년마다 정기검진을 받는 셈이다. 픽사베이 제공.
반려동물도 암이 발생한다. 6세령 이상의 반려동물은 매년 정기검진을 권장한다. 사람으로 비교하자면 50대 이후 5-7년마다 정기검진을 받는 셈이다. 픽사베이 제공.

통이(말티즈·10세)가 산책 중에 갑자기 주저 앉으며 헥헥거리기 사작하더니 밤사이 약한 경련이 있었다며 병원을 방문했다. 매우 건강하고 활동적인 반려견이었기에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에 가족들도 많이 놀랐다. 통이의 혈액검사 결과는 간수치가 심각했였고, 담관과 췌장 주변으로 급성 염증이 진행된 상태였다.

통이의 X-ray검사(간 비대 소견) 와 초음파검사(간 내 거대종양 5×6cm) 이미지.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통이의 X-ray검사(간 비대 소견) 와 초음파검사(간 내 거대종양 5×6cm) 이미지.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통이의 X-ray(엑스레이) 검사에서는 간의 비대가 관찰됐으며, 초음파 검사에서는 좌측 간엽에 거대한 간종양(5×6cm)이 발견되었다. 그 외에도 담낭에는 슬러지가 과형성되어 있었으며 비장에도 작은 종양이 발견되었다. 통이는 간종양이 과성장하면서 주변 간조직을 압박하고 담도관과 췌장 등의 주변 장기에 염증을 유발, 그로 인한 통증으로 인해 경련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통이의 CT 이미지, 좌측 간엽에서 유래된 거대종양(6×7cm)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으며 다행히 주변 임파절의 전이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통이의 CT 이미지, 좌측 간엽에서 유래된 거대종양(6×7cm)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으며 다행히 주변 임파절의 전이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간종양 수술이 적합한지를 검토하기 위해 CT검사가 이루어졌다. 다행히 통이의 경우 간종양이 좌측 간엽에 국한되어 있었으며, 주변의 임파절로 전이된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 간암 수술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에게도 매우 위험한 수술이기에 보호자와 충분한 상의와 동의 후 수술이 결정됐다. 간종양외에도 담낭과 비장이 적출되는 큰 수술이었지만 다행히 통이는 힘든 수술을 잘 버텨주었고 수술 후에는 빠르게 회복돼 일주일 후 퇴원할 수 있었다.

통이의 간에서 제거한 간종양(왼쪽 사진)과 적출한 종양을 조직검사한 결과 간세포암(HCC, Hepatocellular carcinoma)으로 진단되었다(오른쪽 사진).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통이의 간에서 제거한 간종양(왼쪽 사진)과 적출한 종양을 조직검사한 결과 간세포암(HCC, Hepatocellular carcinoma)으로 진단되었다(오른쪽 사진).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통이의 종양 조직검사 결과는 간세포암(HCC, Hepatocellular carcinoma)으로 진단됐다. 다행히 임파절로 전이가 관찰되지 않았을 때 광범위한 간엽 절제술을 실시하면 비교적 예후가 좋은 간암으로 평가됐다. 물론 정기적으로 암 추적 검사는 필요하다.

암은 사람이나 동물에게서나 여전히 난치성 질환이다. 사람은 자신이 불편함을 인지하고 병원을 찾기 때문에 비교적 빠른 시기에 암 진단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동물이 암으로 인한 증상을 호소할 때는 안타깝게도 심각한 단계가 대부분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정기검진이 암 조기진단에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이다.

6세령 이상의 반려동물은 매년 정기검진을 권장한다. 사람으로 비교하자면 50대 이후 5-7년마다 정기검진을 받는 셈이다. 10세령 이상의 반려동물은 6개월마다 정기검진을 권장한다. 사람으로 비교하자면 70대 이후 어르신이 3년마다 정기검진을 받는 것과 유사하다.

노령동물의 정기검진은 혈액검사, Xray검사, 초음파검사가 기본적으로 이루어진다. 기본 건강 검진에서 이상이 의심될 경우 호르몬 검사, 심장검사, CT/MRI검사 등이 추가될 수 있다.

반려동물의 수명이 늘수록 동물의 질병도 인간의 질병을 닮아가고 있다. 더 정확한 예후 판단을 위한 검사들은 더 많은 비용이 수반된다. 노령동물을 위한 정기검진과 종양질환을 대비하는 동물의료보험이 하루빨리 보편화되기를 소망해 본다.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 SBS TV 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원장은 개와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여년 간의 임상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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