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장 세운 산단 기업들…"정상 회복, 1년 걸릴 듯"

'코로나 한달' 수출길 막히고 中 공장 멈춰 매출 급감
지역기업 경기전망지수 67.3…13개월 만에 70 이하 떨어져

코로나19 여파로 대구 성서공단 내 기업들이 매출 하락에 따른 경영 악화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7일 성서공단 전경.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코로나19 여파로 대구 성서공단 내 기업들이 매출 하락에 따른 경영 악화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7일 성서공단 전경.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코로나19 여파로 대구 주요 제조업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유동인구 감소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와 달리 기업들은 수출길이 막힌데다 내수 발주량마저 감소하며 경영난이 올해 내내 지속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폐업까지 고민…자동차부품업체 위기감

경북 경산의 자동차부품업체 A사는 매출감소로 폐업까지 고민하고 있다. 2018년 100억원이던 매출이 작년 80억원으로 쪼그라들며 적자를 기록한 A사는 현재 현장 생산근로자 30여명 중 10명을 내보낸 상태다. 자동차부품업종은 수요감소에 더해 와이어링 하네스 등 중국산 부품수급에 차질이 생기며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가장 큰 업종 중 하나로 꼽힌다.

A사 대표는 "올해는 현대기아차 신차 소식도 많았고 미중 무역 분쟁이 해소 기미를 보이면서 1년만 더 버텨보자고 싶었는데 코로나19로 더욱 힘들어졌다"며 "현대차 생산이 멈춘 지난달 초부터 2주 가까이 납품하지 못했고 지금도 오후 6시 이후 공장 가동을 멈춰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로 가면 적자폭이 수십억원으로 늘어날 판인데, 정부 경영안정자금을 받는다고 될 일도 아니어서 최후에는 공장 정리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역 기업들의 경기전망은 1년 사이 가장 어둡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회원사 협동조합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피해 긴급전화 모니터링조사'에 따르면 3월 대구경북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SBHI)는 67.3으로 전월 대비 6.1포인트(p) 하락했다. SBHI가 7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2월 63.9를 기록한 이래 13개월 만이다.

대구 성서산단에 있는 전자업체 B사는 1월 중국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며 현지 출장인원을 전부 철수시키고 최소한의 주재 인원만 남긴 상황이다. 하지만 인건비, 원자재값 절감을 이유로 국내보다 해외 생산비중이 더 큰 상황이다보니 올해 큰 폭의 매출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B사 관계자는 "대구에도 공장이 있지만 제대로 가동하지 않고 중국에서 대부분 생산을 도맡고 있다. 코로나19 탓에 춘절 연휴가 길어지면서 공장을 가동하지 못한데다 현지 한국인 직원도 모두 한국으로 돌아와 생산 차질이 심각하다"며 "올해 2월까지 중국 산업생산이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하는데 다른 해외 거점을 알아보기도 어려워 걱정"이라고 했다.

◆수출 막히고 내수도 부진

대구에서 건강가공식품을 생산하는 C사는 최근 오가던 10억원 규모 베트남 수출 논의가 중단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C사 경우 베트남 유통업체외에도 지난해 식품업계 박람회에서 만난 중국, 미국 바이어드링 관심을 보였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모든 연락이 단절됐다.

C사 대표는 "베트남 현지에 거점 사무실이 없다보니 모든 계약 논의를 우리 직원이 직접 베트남을 방문하거나 이메일 등 온라인으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2주 전 베트남 업체 쪽에서 지금은 한국 기업과 거래하기 어렵다며 일방적으로 계약을 깼다"며 "올해 처음으로 해외 판로를 구했다고 새 공장 부지까지 알아보고 있었는데 너무 허탈하다"고 하소연했다.

대구 제조업체들을 일선에서 관리하는 산업단지 관리공단에서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손강호 대구제3산업단지관리공단 전무는 "라면 등 생필품을 생산하는 업체 일부를 제외하면 모두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추가 발주는 물론이고 기존 물량마저 빼간다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이 많다"며 "관리공단 차원에서 방역을 비롯해 손소독제, 마스크를 공급하고 있지만, 기업 현장의 경영난이 워낙 심각하다. 정부·지자체 차원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은 부진 장기화 불가피

제조업계는 유동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과 달리 수출감소로 인한 피해가 더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역 한 자동차부품업계 관계자는 "상반기는 코로나19로 완전히 날렸다고 봤을 때 하반기 수요가 회복될 것이냐고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침체된 분위기가 해소되기까지는 1년 이상 걸릴 것"이라며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경우 유동인구가 늘고 소비심리가 회복되면 매출을 어느 정도 회복하겠지만 규모가 큰 제조업은 그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국한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 차장은 "지난달 조업일수 증가 영향으로 대구경북 수출이 반짝 늘었지만 작년부터 지난 1월까지 꾸준히 감소세였다. 특히 대중국 자동차부품이 수입과 수출 모두 부진한 상황"이라며 "특히 중국 생산 비중이 높은 부품인 와이어링하네스 수입이 9.1% 줄었고 중국으로의 자동차부품 수출도 13.7% 감소했다. 자동차부품업종을 중심으로 수출부진이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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