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천지' 큰불 잡은 대구, 요양병원 확진자 속출 '충격'

한사랑요양병원 75명 확진…건물 코호트 격리 전수조사
음성환자 60여명 병원 내 격리…대구 내 5곳서 한꺼번에 터져
뒤늦게 2,3차 감염 나올 수도

18일 오후 코로나 19 확진자가 다수 나온 것으로 알려진 대구 서구 한사랑요양병원에서 서구청 관계자가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8일 오후 코로나 19 확진자가 다수 나온 것으로 알려진 대구 서구 한사랑요양병원에서 서구청 관계자가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8일 오전 대구 서구 비산동 한사랑요양병원. 환자와 직원을 포함해 모두 75명이 무더기로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이곳을 찾은 보호자들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병원 3층 6인실에 치매환자인 어머니를 모셨다는 A(66) 씨는 "16일 확진자가 나왔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가족들에게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며 "전화로도 제대로된 답변을 받지 못해 답답한 마음에 찾아왔다"고 했다.

또 다른 보호자 B(62) 씨는 "16일 간호과장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하는데 확진 판정을 받기 전이라도 증상이 나타났으면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했어야 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신천지'라는 큰 불을 잡은 대구가 이번에는 요양병원발 코로나19 충격에 빠졌다.

서구 한사랑요양병원뿐 아니라 북구 배성병원(7명), 수성구 수성요양병원(4명), 동구 진명실버홈(1명), 수성구 시지노인병원(1명) 등 지역 내 요양병원 5곳에 걸쳐 88명의 확진자가 한꺼번에 발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젠 신천지라는 눈에 보이는 감염원이 아니라 시민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염원과 싸워야 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특히 고령자, 기저질환자가 많아 코로나19에 취약한 고위험 시설의 소규모 집단감염 차단에 방역 역량을 집중할 때"라고 했다.

◆ 직원·환자 188명 중 75명 '확진'

한사랑요양병원에서 발생한 코로나19 감염은 고위험군 시설에서 일어난 집단감염의 위험성을 극명히 보여준다.

대구시는 18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한사랑요양병원 직원과 입원 환자에 대한 전수 진단검사 결과 직원 18명과 환자 57명 등 75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병원에는 직원 72명과 입원 환자 117명 등 모두 189명이 상주하고 있었다. 전체 인원의 40%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셈이다.

앞서 대구시는 한사랑요양병원 간호과장 A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병원 건물을 코호트 격리하고 상주 인원에 대한 전수 진단검사를 벌였다. 현재 확진 판정을 받은 직원 4명은 병원에 입원했으며, 10명은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다. 또 18일 오전 확진 판정을 받은 입원 환자 57명은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다른 병원으로 전원조치될 예정이다.

김종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경북대병원 교수)은 "기초 역학조사 결과, 병원에서 첫 증상을 나타낸 환자는 길게는 열흘 전부터 증상이 있었다. 따라서 그 이전에 감염자가 발생해 병원 내 확산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 질병관리본부와 대구시 역학조사팀이 환자들을 분류하고 있으며, 관리 계획도 수립 중"이라고 했다.

◆ 2·3차 감염 번질까 '비상'

문제는 아직 병원 내부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환자 60여명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전수검사를 통해 모두 일단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뒤늦게 양성으로 판정이 번복된 사례도 있어 속단하긴 어렵다는 게 대구시의 설명이다.

특히 이들은 대부분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중증으로 번질 위험이 큰 기저질환자이자 고령자고, 거동이 어려워 요양 서비스가 필요한 와상(臥牀) 환자인 탓에 쉽게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도 어렵다.

따라서 대구시는 이들을 확진자와 분리해 추가 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잡을 방침이다.

김종연 부단장은 "직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환자들을 간호했지만, 요양병원의 특성 상 상당한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음성 판정을 받은 60여명의 나머지 환자도 감염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하긴 어렵다. 위험도를 평가해 어떤 조치를 내릴 지 판단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구시는 북구 배성병원, 수성구 수성요양병원, 동구 진명실버홈, 수성구 시지노인병원 등 다른 요양병원 역시 바이러스에 취약한 고령의 기저질환자가 대부분이라 추가 감염 차단에 방역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권영진 대구시장은 "고위험 집단 시설에 대한 전수조사가 진행 중이라 앞으로도 요양병원 등에서 추가 확진자가 산발적으로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신속한 진단 검사와 철저한 격리를 통해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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