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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동규 영남대 명예교수 ‘사랑하는 대구여!’

미국에서 고향 걱정에 보내는 편지

김동규 영남대 명예교수(체육학과). 매일신문 DB
김동규 영남대 명예교수(체육학과). 매일신문 DB

칠순이 되어 가도록 오로지 한 곳 대구에 살아온 걸 긍지로 여겼었는데, 난데없는 전염병 탓에 도시가 온통 만신창이가 되었다.

대구는 역사적으로 유사시 진보적인 성향을 띤 도시였다. 1960년 이승만 정부와 자유당 독재에 항거한 2·28민주운동은 3·15마산의거와 4·19혁명으로 이어진 민주화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다.

1907년 대한제국이 일본 통감부로부터 떠안은 국채 1,300만원을 국민모금으로 갚자는 국채보상운동은 국권회복운동으로서 애국의 상징이었다.

이렇듯 대구시민은 보수도시라는 비평에도 불구하고 자존성을 근간으로 한 개방적인 기백이 있다. 공과(功過) 평가가 엇갈리긴 하나 최고 권력자가 여럿 배출된 게 우연이 아니고, 문인과 예술인이 수놓은 보고(寶庫)도 그러한 맥락이다.

이런 '애국도시' 대구에 괴질이 광기를 부리고 있다. 중국이 감염원이나 한 종교집단이 전파의 핵이란다. 손익계산에 매몰된 정부당국의 무능한 비전문가 집단이 골든타임을 놓치고 감염공포를 확산시켰다.

대구는 이번 전염병도 국난극복의 용기로 무장하여 시민의 힘으로 대항해 나갈 것이다. 왜곡된 시선과 천박한 주둥이들이 내던지는 미숙한 진단과 동정심은 대구시민을 욕보이는 처사다.

사랑하는 보금자리인 대구여!
숙명적인 인연이자 쉼터인 대구여!
내 어찌 너를 잊거나 잃을 수 있으랴!

김동규 영남대 명예교수(체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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