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자연, 정복의 대상 아닌 근본적인 공동체

육식의 종말(제레미 리프킨 지음/ 신현승 옮김/ 시공사, 2002)

소

이밥에 고깃국, 그것은 옛날 가난한 사람들의 최대 소원이었다. 하지만 이제 쇠고기는 부유한 자들만이 먹는 특별한 음식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육류 소비량이 세계 14위라는 사실은 더 이상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제목과 달리 이 책은 '소의 종말'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럼 저자 제레미 리프킨은 왜 육식의 종말, 엄밀히는 소의 종말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거기에서부터 책읽기는 시작된다.

이 책은 크게 6부로 구성되어 있다. 서양 문명 속에서 소는 어떤 존재였는지, 역사적인 관점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영국의 소가 어떻게 신대륙 미국 서부로 옮겨갔는지, 그리고 쇠고기 산업화는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전반부에 들려준다. 후반부에는 소를 배불리 먹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굶주린 사람들의 이야기, 대규모 소 사육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육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의식구조는 어떠한지를 이야기하며 마지막으로 저자가 왜 육식의 종말을 이야기 할 수밖에 없는지를 조곤조곤 들려준다.

동물 학살과 화려한 고기 만찬을 즐겼던 켈트족 전통을 이어받은 영국인은 쇠고기를 대량으로 섭취하는 것을 엄청난 힘과 남성다움을 획득하는 것으로 여겼다. "고기를 맘껏 먹는 사람들이 좀 더 가벼운 음식을 먹는 사람들보다 더 용감하다는 사실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미국 독립전쟁 직전, 한 영국인이 적은 글이다.

유럽에서 가장 육식을 즐기는 영국인은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식민지로는 날로 증가하는 쇠고기 수요를 감당하기 부족하여 결국 새로운 쇠고기 공급 기지를 찾아 남북 아메리카로 눈길을 돌린다. 북아메리카에서는 버펄로와 인디언을 몰아내고 축산단지를 만든데 이어 중앙 및 남아메리카도 육우 사육을 위한 목초지로 전환한다.

"육식 문화의 이면에는 생활 수단을 잃은 사람들이 끼니를 이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육식을 즐기는 소비자들은 축산 단지의 추악한 면모들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음식 기호가 다른 사람들의 삶이나 국가 간의 정치적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까맣게 모르고 있다."

공정 여행이 지역 경제와 환경을 보호하고 지역민과 소통하는 새로운 여행의 트렌드를 만들 듯이 우리의 식습관도 조금은 환경을 생각하고 사회적 약자와 함께 할 수 있는 소비가 되어야 한다. 굶주리는 10억 인구를 위해서라도 육식을 고민해야 한다.

"육식의 종말은 곧 자연을 대하는 적절한 태도에 관한 우리의 사고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다가올 새로운 세상에서는 시장의 인위적인 명령만큼이나 자연의 고유한 번식력에서 지침을 얻을 것이다. 자연은 더 이상 정복되고 길들어야 할 적이 아니라 우리가 거주하는 근본적인 공동체로 간주될 것이다."

최근 채식주의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은 좋은 징조이다. 학교나 군대, 교도소 같은 공공 급식에서 채식 선택권을 주장하는 시민단체나 채식주의자들의 주장을 공허한 메아리로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주장이 곧 저자가 육식의 종말에서 가장 하고 싶어 하던 핵심일지도 모른다.

"육식 문화를 초월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원상태로 돌리고 온전하게 만들고자 하는 징표이자 혁명적인 행동이다."
이동근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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