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대유행과 경제 대환란이 닥쳤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 경제대란'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정부는 비상체제로 전환됐다. 19일 첫 비상경제회의에서 50조원의 비상 금융조치를 발표했다.
코로나 경제대란의 가장 큰 피해 지역은 대구경북(TK)이다. 다른 지역보다 환부가 더 깊고 넓다. 정부는 대구와 경북 경산시·봉화군·청도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추경을 통해 대구경북에 2조4천억원을 배정했다. 하지만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든 소상공인들과 취약계층의 몫은 턱없이 부족하다.
'병들어 죽기 전에 굶어 죽겠다'는 곡소리가 나온다. 소상공인 서넛이 모이면 '우리는 부도 확진자'라는 슬픈 농담이 오간다. '코로나 보릿고개'란 표현은 차라리 낭만적이다.
대구에서 실내건축업을 하는 K씨. 그는 10년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었다. "두 달 동안 매출이 0원이다. 정기예금과 보험을 깨서 직원 월급과 사무실 월세를 내고 있다. 대출받으려고 특례보증을 신청했다. 신청자가 많아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 집안 살림은 엉망이 됐다. 최소 생계비로 버티고 있다. 학원이 문을 닫아 아이들 교육비 지출이 준 것이 다행이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나만 힘들지 않다는 점이다." 그는 어제 의성의 부모님 댁에 갔다. 창업 후 처음으로 부모님께 돈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상가와 전통시장은 암울하다. '임시휴업'이 수두룩하다. 문 열어도 마수걸이가 힘들다. 택시기사들은 사납금을 채우지 못한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금붙이를 급히 처분하는 금은방 주인들도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경영안정자금 신청자는 하루 1천 명에 이른다.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10배 늘었다. 상담장은 '벼랑 끝 사연'들로 넘친다. 대구경북연구원은 올 5월까지 대구경북 지역내총생산(GRDP)이 9조원 이상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올해 대구경북은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 외환위기 후 처음이다.
코로나 감염도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확진자 증가세는 한풀 꺾였다. 하지만 곳곳이 지뢰밭이다. 요양병원 등 고위험 집단시설 감염이 터져나오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3월 28일까지 2주간 더 고통을 감내하자"고 호소했다. 이 와중에 TK를 혐오·차별하거나 연대를 갉아먹는 언어가 끊이지 않는다. TK는 코로나 사태로 사실상 봉쇄 상태다.

TK는 바이러스에 고통받고, 정치권에 농락되고 있다.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비례) 공천에서 TK는 패싱됐다. 미래통합당은 당의 텃밭인 TK에 '서울 TK 내리꽂기' 공천을 했다. 코로나로 숨을 헐떡이는 TK에 손을 내밀기는커녕,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미래통합당 공천 결과는 재심 요구와 일부 지역 공천 취소·번복·재조정 등으로 너덜너덜해졌다. 공천에 떨어진 상당수 인사는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 모든 게 뒤통수 맞으면서도 지지했던 TK의 자충수다.
TK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전대미문의 감염병과 경제 대환란, 혼돈의 총선이 겹쳤다. TK의 현실은 두렵고 어둡다. '위기 극복 DNA'를 일깨워야 할 때다. 우리는 항일독립운동, 국채보상운동, 2·28민주운동, 금모으기운동에서 그 DNA를 확인했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코로나를 잠재워야 한다. 냉철한 유권자 의식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정권 심판', '야당 심판'의 정쟁에 휘말려선 안 된다. 'TK 실익'이 우선이다. 코로나 경제난 극복을 위한 정책이 무엇인지, TK 미래를 위해 어떤 계획이 있는지, 준엄하게 물어야 한다. TK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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