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코로나19와 대공황 공포

지난달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음식점 입구 유리창에 코로나19 여파로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매일신문 DB
지난달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음식점 입구 유리창에 코로나19 여파로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매일신문 DB
장성현 경제부 차장
장성현 경제부 차장

요즘은 점심 식사를 해결하기가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문을 연 식당을 찾기가 어려운 탓이다. 문을 열었다 해도 포장 손님이나 배달 주문만 받는 곳도 상당수다. 막상 들어간 식당에 손님이 많아도 걱정이다. 낯모르는 이들과 가까이 붙어 앉아 마스크를 벗고 식사를 하는 게 마음이 편하진 않다.

가끔 찾던 일식점이 다시 문을 열었다. 반가운 마음에 들어섰지만 가게 주인 표정은 밝지 않다. "어휴, 죽겠어요. 코로나19가 언제까지 갈까요?" 돈가스를 튀기는 표정에도 근심이 묻어났다.

한 달 전만 해도 코로나19는 그저 남의 일이었다. 지난 1월 5천만 명이 사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이 통째로 봉쇄됐을 때도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약국마다 가격은 작년보다 조금 올랐지만 마스크가 넉넉히 걸려 있었고, 거리는 인파로 넘쳐났다.

그사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조용하고 빠르게 지구를 점령하고 있었다. 불과 3개월 만에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20만 명을 넘어섰다.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상점의 불이 꺼졌으며, 사람들은 문을 걸어 잠갔다. 적막한 거리에는 침묵이 흐른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어디까지 퍼질지도 모르고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는 불확실성의 공포를 선사했다.

코로나19보다 위세가 등등한 건 '공포 바이러스'다. 공포 심리는 글로벌 경제 시스템을 빠르게 무너뜨리는 중이다.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환율은 급등하고 있다. 19일 코스피 시장은 11년 만에 1,500선이 무너졌다. 코스피지수는 한 달 만에 35% 폭락했다.

원/달러 환율도 폭등해 1천300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역시 11년 전 수준이다. 미국이 제로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해 시중에 돈을 풀고 있는데도 달러 강세가 1주일 내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유럽발 입국을 금지하는 강경 조치를 도입한 여파로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폭락세를 보이자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전광판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9.99% 폭락하며 1987년
미국이 유럽발 입국을 금지하는 강경 조치를 도입한 여파로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폭락세를 보이자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전광판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9.99% 폭락하며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 최악을 기록했으며 주식거래가 일시 중지되는 '서킷브레이커'도 발동됐다. 연합뉴스

뉴욕 증시도 속절없이 무너지는 중이다.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트럼프 랠리'의 출발점으로 상징되는 '2만 고지'를 힘없이 내줬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20달러 선이 위협받고,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과 미국 국채 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대구경북 실물경제도 암울하다. 대구 기업 10곳 중 7곳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감소하는 피해를 입었다. 올해 대구경북의 경제성장률이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4월부터 생활밀착형 소비는 나아지겠지만 수출 시장이 무너진 제조업의 피해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경제위기는 '실물·금융의 복합 위기'라고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실물경제가 타격을 받았고, 그 여파가 금융으로 확산됐다는 것이다.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타격을 받은 점도 특징이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고, 덩달아 수요도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7, 8월을 넘어서도 잡히지 않으면 세계 경제가 '대공황'을 맞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특히 세계 경제의 주요 축들이 시차를 두고 쓰러지면 세계 시장은 상당 기간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앞으로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코로나19의 악몽이 언제 끝나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이 위기를 견뎌내려면 사회적 거리두기와 일상생활의 회복을 병행하면서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신속하고 유연한 대비책도 절실하다. 취약계층에 대한 재난 수당 지원과 과감한 경기부양책, 기업과 자영업자의 유동성 위기를 막을 금융정책이 속도감 있게 펼쳐지길 기대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