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도 남지 않은 4.15 총선을 앞두고 1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방지 대비 투표소 운영 방침을 밝혔다.
이때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른 각종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당연한 얘기이겠지만 선거인은 마스크를 쓰고 투표소에 와야 한다.
그런데 지금도 그렇거니와 그때 모든 유권자가 마스크를 제대로 수급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마스크를 미처 착용하지 못한 선거인을 위한 별도 기표소 사용, 또는 이들에게 마스크를 주는 방안을 추가로 논의키로 했다.
이에 투표 독려 차원에서 마스크를 지급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도 제기된다.
▶마스크를 썼더라도 혹시나 코로나19에 감염됐을 수 있는 선거인이 투표소 안으로 들어온다면, 이 사실이 나중에 알려질 경우 다수 사람에 대한 감염 조사가 이뤄지는 등 집단감염 우려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선관위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를 대비해 선관위는 투표소 입구에 별도 인력을 둬 모든 선거인에 대한 발열 체크를 할 예정이다.
만약 체온이 37.5도 이상으로 측정되거나, 기침 등 호흡기 이상 증상이 있는 선거인이 온다면? 이에 선관위는 다른 선거인과 동선이 안 겹치는 기표소를 마련할 예정이고, 이 기표소에 대해서는 총선 당일 계속 소독이 이뤄질 예정이다.
▶투표소 안 투표 과정도 이전과 달라진다.
입구 발열 체크를 통과한 선거인은 우선 소독제로 손을 소독해야 한다. 여기에 나눠주는 위생장갑까지 껴야 한다.
투표소 안 투표 사무원과 참관인들도 마스크에다 위생장갑을 끼며, 선거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게 된다.
또한 최근 확산하고 있는 1m 이상 거리두기가 투표소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투표를 위한 대기 줄이 마치 요즘 마스크 구입을 위해 서는 줄처럼 형성될 경우, 투표소 안내요원이 선거인들이 서로 1m 이상 거리를 두도록 할 방침이다.

▶그렇다면 투표일에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의료기관에 입원해 있거나, 예방을 위해 자가격리에 들어간 유권자들은, 설마 투표 기회를 얻지 못하는 걸까?
아니다. 선관위는 우선 확진 판정을 받고 경증으로 생활치료센터에 입원한 선거인들을 위해서는 4월 10~11일 이틀 동안의 사전투표 기간 생활치료센터 내 특별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사전투표는 전국 어디서나 할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한 대책으로 분석된다.
또한 투표소에 직접 가지 않고 우편으로 투표할 수 있는 부재자투표인 거소투표를 병원, 생활치료센터, 집 등에 머무는 확진자 내지는 자가격리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거소투표 신고 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3월 24~28일.
그럼에도 투표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생기기는 한다. 거소투표 신고 기간 후 확진 판정을 받거나 자가격리 명령을 받은 선거인들이다. 이들의 투표 여건 조성을 위해 선관위는 정부 관계부처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노력에도 이번 4.15 총선 투표율은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는 한 이전에 비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선관위가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도 유권자가 안심하고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사람이 많이 모이는 투표소로 가는 것 자체를 꺼리는 일부 국민의 투표 포기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안 그래도 총선 투표율은 떨어지는 추세이다. 1948년 최초의 총선인 제헌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이 95.5%로 이제는 선관위가 어떤 독려 캠페인을 펼치더라도 깨기 힘든 최고 기록이 됐고, 앞자리수가 처음 바뀐 때만 꼽으면 2대(91.9%)→4대(87.8%)→6대(72.1%)→15대(63.9%)→16대(57.2%)→18대(46.1%) 등으로 하향세가 분명하다.
역대 최저인 18대 총선 투표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8년 4월 9일 치러졌는데, 당시 전국적으로 비가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그날 서울에 11.5mm, 부산에 19.5mm, 대구에 15.5mm, 광주에 16.5mm의 비가 내렸다.
또한 '여대야소' 판세가 먼저 굳어져 좀 재미 없는 총선이기도 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여당인 한나라당이 전체 299개 의석의 절반이 넘는 153석을 차지했다. 그 다음이 통합민주당으로 81석을 점했다.
반면, 이번 21대 총선은 선거법이 바뀌어 비례정당이 난립하고,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의 성격도 강해 투표를 하는 재미와 개표를 보는 재미 모두 꽤 보장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저 당시 내린 비에 비해 코로나19가 국민들의 투표소 행보에 혹시 더 강한 영향력을 끼칠 지 아닐 지가 투표율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는 유권자들이 선거 때 종종 맞아본 것이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선거가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최근 19대가 54.2%, 20대가 58%로 '도긴개긴'이기는 하지만 총선 투표율이 조금씩 오르긴 했다. 이 흐름만 따지면 21대 총선에서는 60%를 넘겨야 한다. 그러나 그 흐름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게 바로 코로나19이다. 70~80%는 기본으로 찍던 20세기의 총선 투표율을 생각하면, 투표율이 중요한 실적이기도 한 21세기의 선관위로서는 "아 옛날이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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