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너 아픈 모습 봤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아니. 이제 계속 같이 있자."
정군 어머니는 유골함을 꼭 안은 채 정군에게 생전에 해주지 못한 말들을 건넸다.
이어 "병원이 우리 아이를 코로나19 감염자로 생각해 겁내고 멀리 하던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찢어진다" 며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아픈 심경을 드러냈다.
대구 영남대학교병원에서 폐렴 치료를 받다 숨진 17세 정모 군의 시신은 20일 정군의 어머니가 일하는 가게와 정군이 다니던 성당을 지나 오후 1시 대구 수성구의 명복공원에 도착했다. 이날은 정군 부모의 바람대로 유족들과 소수의 지인들만 참석한 가운데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오후 2시 40분쯤 화장 종료 안내방송이 나왔다. "아이고, 내 아들 어떡해." 명복공원의 수골실 안에서 정군 어머니가 오열하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족들이 보자기에 쌓인 유골함을 들고 나왔다. 정군 어머니는 유골함을 꼭 안고 통곡을 했고 아버지는 입을 꾹 다문 채 울음을 참고 있었다.
이날 화장식엔 정군의 담임선생과 교장 등 학교 관계자들과 정군이 다니던 성당의 신부가 유족들과 함께했다. 추모객들은 수골실 입구에 선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따금 훌쩍이는 소리만 들렸다.
이날 유족들의 곁을 지켰던 정군이 다니던 학교의 교장은 "평소 교우관계도 좋고 자기 관리도 잘하는 모범적인 학생이었다. 이런 아이가 무슨 잘못이 있겠나. 어른들의 잘못으로 한 아이를 잃었다"며 "하늘에선 아프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며 제자의 명복을 빌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이날 오후 정군이 주일학교 학생으로 활동한 사동성당을 방문, 정군의 부모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교구 코로나19 후원금으로 마련한 위로금을 전달했다.
정군의 아버지는 누구보다 착했던 아들의 죽음을 감당하기 힘들어 보였다. 그는 "가끔 내 아들이 코로나19 확진자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그랬다면 입원해서 치료는 받을 수 있었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이제와선 우리 아이가 음성인지 양성인지는 중요치 않다. 제발 아들의 죽음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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