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인 보호센터 '코로나 사각지대', 이대로 괜찮나?

종사자·환자 코로나19 공포 떨면서도
운영비 손실·긴급돌봄 수요에 운영 지속
'생활시설 아냐' 전수조사 대상서도 제외

경북 봉화군 푸른요양원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매일신문DB
경북 봉화군 푸른요양원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매일신문DB

지난 20일 오전 11시 대구 북구의 한 노인 주간보호센터. 요양보호사들이 센터에 나와 있는 노인들에게 체온계를 대고 열을 재기 시작했다. 모두 마스크를 콧등까지 한껏 당겨 쓴 모습이었다.

한 노인의 마스크가 턱 아래로 흘러내리자 요양보호사가 두어 차례 마스크를 고쳐 씌웠다. 부축을 받으며 화장실에 다녀온 한 노인의 손에 손소독제를 발라주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센터에는 오전 8시부터 긴급돌봄이 필요한 노인 33명이 나와 있었다.

센터 관계자는 "긴급돌봄이 꼭 필요한 이들만 나오고 있는데, 종사자들이 혹시나 하는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어 식사 시간에도 접촉을 최대한 방지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2시 대구 남구의 한 노인 주간보호센터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입구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먼지가 쌓인 채 붙어 있었고, 한창 노인들이 돌봄을 받을 낮 시간대임에도 인기척은 찾을 수 없았다. 이 센터에서는 지난달 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 3주째 긴급돌봄을 비롯한 모든 운영이 중단됐다.

집에 머무는 노인들을 보호자가 없는 시간 동안 돌봐주는 주·야간보호센터가 보건당국의 방역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정부가 노인 긴급 돌봄에 대한 뚜렷한 대책 없이 휴원을 권고한 데 이어, 제대로 된 운영 대책도 내놓지 않으면서 센터 상당수가 코로나19 공포에 떨면서도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대구시가 벌이고 있는 코로나19 고위험군 시설 전수조사에서도 주·야간보호센터는 제외되면서 종사자들과 노인들은 '감염 공포'에 시달리며 보건당국의 대책 마련만 속절없이 기다리는 실정이다.

◆ 휴원 권고에도…'긴급돌봄' 수요는 여전

이미 주간보호센터 곳곳에서는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구 서구 평리동 서구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2명의 종사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달 8일과 13일에도 북구 보금자리복지센터 주간보호센터에 등록된 노인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센터 종사자들과 노인들은 감염 두려움에 떨며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노인들이 센터 안에서 하루 평균 8시간 동안 집단 생활을 하는 데다, 대부분 기저질환을 앓고 있어 한 명이라도 감염되면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 한 주간보호센터 관계자는 "하루 두 번 센터를 소독하고, 어르신들에게도 여러 차례 손소독을 권하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치매 등을 앓아 코로나19가 뭔지도 모르는 분들도 있어 늘 불안에 떨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이들 주간보호센터에 대해서도 휴원 권고를 내렸지만, 상당수의 센터는 쉽사리 휴원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대구에 있는 노인 주간보호센터 275곳 가운데 64%인 176곳만 코로나19 여파로 휴원에 들어간 상태다. 여기에 휴원 중인 176곳에서도 이용자 3천533명 가운데 1천580명이 긴급돌봄 형태로 아직 시설을 이용한다.

한 주간보호센터 관계자는 "홀몸노인과 중증 치매 환자를 비롯해 낮 시간동안 센터에 오지 않으면 집에 혼자만 있어야 하는 노인들이 많다"며 "이들의 요청을 받아 휴원 중에도 긴급돌봄 형태로 소수의 노인들만 받아 운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휴원에 따르는 운영 손실을 각 센터가 떠안아야 한다는 점도 이들이 휴원을 망설이는 이유다. 노인 한 명 당 하루 이용 수가를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해 한 달 운영비를 마련하는데, 이용자가 없으면 고스란히 손실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대구 한 주간보호센터 관계자는 "건강보험공단이 한시적 장기요양급여비용 산정 지침을 발표했지만, 센터 이용자 한 명 당 이용수가의 50~60%를 열흘까지 지원할 뿐"이라며 "운영비 손실의 절반 가량을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데, 가뜩이나 영세한 주간보호센터 입장에서는 견디기 어려운 손실"이라고 토로했다.

◆ 전수조사서도 빠져 감염 '사각지대'

여기에 대구시의 코로나19 고위험군 전수조사 대상에서도 주·야간보호센터는 빠져 종사자들의 감염 불안을 키우고 있다.

현재 주간보호센터 종사자와 노인들에 대한 코로나19 진단 검사 여부는 구·군 별로 제각각이다. 증상이 없어도 실시하는 '예방적 차원의 검체'는 각 구·군청이 대구시로부터 받은 특별교부세를 자체 편성해 활용한다.

22일 기준 서구와 남구·달서구는 희망 시설이나 어느 정도의 규모에 한해 진단검사를 벌이고 있지만, 동구와 달성군, 북구는 아직 예정조차 없다. 중구와 수성구는 전수 진단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종사자들은 "현재 대구시가 전수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요양병원 등과 비교해 주간보호센터가 더 위험한 집단시설"이라고 우려했다. 한 주간보호센터 요양보호사는 "생활시설은 적어도 환자들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관리라도 가능하지만, 주간보호센터 노인들은 집과 센터를 오가기 때문에 제대로 된 관리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문을 닫은 한 주간보호센터 관계자는 "확진 판정을 받은 노인 한 명은 신천지 대구교회 인근에 살았고, 다른 한 명은 보호자가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종 종사자였다"며 "어르신들이 집에 돌아간 뒤 어떻게 관리되는지는 알 길이 없어 더 불안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대구시는 재난안전특별교부세 신청 마감일이었던 지난 20일 뒤늦게 주·야간보호센터의 환자 및 종사자, 방문요양기관 종사자에 대한 검체 비용을 신청했다.

대구시 어르신복지과 관계자는 "가능하면 모두 진단검사를 받는 게 좋겠지만, 더 급한 생활시설에 집중하다 보니 각 구·군의 재량에 맡겨둔 측면이 있었다"며 "특별교부세가 배정되면 각 구청에서 이미 받은 분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진단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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