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2시 반쯤 대구 남구 대명동 대명중 정문 앞.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한 교사 4명이 인근 PC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다시 거리로 나온 이들은 곧 바로 옆 건물에 있는 당구장으로 들어갔다. 코로나19 감염 노출 우려 탓에 청소년들이 자주 찾는 가게를 돌며 생활지도 활동에 나선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전국 학교의 개학이 다음 달 6일로 연기되면서 교사들이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 달 가까이 방학이 연장되면서 학생 생활지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대명중 교사들은 이달 2일부터 일주일에 3번씩 생활지도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날 역시 대명중을 출발해 남덕초, 안지랑 곱창골목, 도시철도 1호선 안지랑역을 지나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4~5㎞ 코스를 약 1시간 20분에 걸쳐 살폈다.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위험한 활동을 하지는 않을까 해서 좁은 골목도 허투루 보지 않았다. 특히 상가가 모여 있는 곱창골목과 앞산 카페거리에선 각자 흩어져 가게마다 샅샅이 점검했다.
이러한 지도점검 탓에 가게 주인이나 시민들에게 오해를 사는 일도 잦다. 김형일 생활지도 담당 교사는 "우리를 경찰로 생각해 경계하거나, '저 사람들 뭐지?' 하는 수근거림이 들려올 때도 있다"며 "낯선 상황이긴 하지만,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고 일종의 추억이라고 생각하며 웃어넘기고 있다"고 했다.
PC방과 노래방 등 유흥시설이 모여 있는 안지랑역 인근에선 신경이 더욱 곤두선다. 정기 소독을 하는 모습만 봐도 '혹시 확진자가 나온 건 아닐까' 싶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업주들도 대부분 학생 지도에 적극 동참한다. 다만 코로나19로 죽어버린 경기 탓에 차마 되돌려보낼 수 없다는 이들도 많다. 한 PC방 업주는 "선생님들 입장은 잘 알지만 손님을 거절하는 일이 난감하다"고 했다.
담당 구역 곳곳을 바삐 오간 교사들의 옷은 금세 땀으로 젖었다. 김은희 대명중 교감은 "마스크 안쪽이 습기로 흥건해져 숨을 쉬기도 어렵고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쉽게 피로해지기도 한다"면서도 "코로나19로 야외 활동을 잘 못하고 있는데 운동도 하면서 학생 지도까지 한다는 마음으로 위안을 얻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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