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TK) 지역 4·15 총선 여야 대진표가 마무리되고 있다. 매일신문은 TK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무소속 후보 간 치열한 접전이 예고되는 격전지 현장을 취재해 생동감 있는 소식을 전한다.
대구 수성갑은 대구 정치 1번지로 통한다. 통합당은 지난 총선에서 이 지역을 김부겸 민주당 의원에게 넘겼다. 통한의 패배다. 이번에는 옆 동네 4선 중진 의원을 전격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쓰라린 패배는 한 번으로 족하다는 의미다.

◆유권자들도 혼란
지난 20일 오후 3시 30분쯤 수성구 만촌동 화랑공원. 3천300가구가 거주하는 아파트 대단지 인근에 있어 코로나19 여파에도 산책 나온 주민들이 많았다.
이진훈 통합당 예비후보가 흰색 점퍼를 입고 나타났다. 전통적으로 무소속 후보들은 백의종군 의미가 있는 흰색을 선호한다. 8년 동안 수성구청장을 지낸 그는 "통합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습니다"라고 인사했다.
70대 한 주민은 "여기 출마하나? 수성을에 안 가고? 그럼 어쩌노. 구청장 선거 때 찍어줬는데…"라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수성을에 있던 주호영 통합당 의원이 수성갑으로 옮긴 것을 이미 아는 듯했다. 이 예비후보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런, 경우 없는 공천이 어디 있습니까? (주 의원과) 경선하자고 했습니다. (경선)하면 제가 이깁니다."
같은 날 오후 6시쯤 수성구 만촌동 만촌네거리. 핑크색 점퍼를 입은 주호영 의원이 퇴근길 인사에 여념이 없었다. '주호영 인사드립니다'라고 적힌 이동식 푯말을 목에 건 채 손을 흔들었다. 갈 길 바쁜 차 안에서 경적을 울리며 반가움을 표시하는 운전자들도 간간이 보였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한 주민이 다가와 "정권 교체해야 한다. 뉴스 볼 때마다 화가 난다"며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선거구를 전격 옮긴 주 의원은 바빠 보였다. 그는 "수성갑·을이 같은 생활권이어서 수성갑 주민들도 많이 안다. 고향(울진) 분들도 많이 살고, 법조계 인사도 적지 않다"고 했다.

21일 오후 2시쯤 수성못 옆 상화공원. 파란색 점퍼를 입은 김부겸 민주당 의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성을 선거구에 온 이유를 묻자 "갑·을 선거구를 가릴 것 없이 수성못에 주민들이 가장 많이 온다"고 했다.
김 의원에게 다가와 반가움을 표시하는 주민들도 보였다. 한 지산동 주민은 "주호영 의원과 붙었다고 해서 수성을로 온 줄 알았다. 여기 오면 적극 도왔을 텐데 아쉽다"고 했다.
보수 분열에 대한 전망을 묻자 "이진훈 예비후보가 끝까지 갈지 아직 모르는 거 아니냐"면서도 "정치 공학적인 얘기는 이르다"고 손을 저었다.
◆복잡한 초반 구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극에 달하면서 김부겸 의원 심판론이 최대 이슈였다. 코로나19 사태 확산에 정부의 미온적 대처가 한몫했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하나 마나 한 선거'라는 여론도 적잖았다.
하지만 주호영 의원이 이 지역에 전격 전략공천되면서 초반 선구 구도가 다소 혼란스럽다. 이진훈 예비후보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게 직접적인 이유다.
여야 4선 중진 의원의 전략은 확연히 다르다. 김 의원은 '인물론'이고, 주 의원은 '문재인 심판'이다.
김 의원은 "2012년 총선과 2014년 지방선거에서 지지해준 40% 넘는 지지층이 무너지지 않았다"며 "그 지지층들을 실망시키지 않았고, 다시 한 번 호소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TK의 상징적 인물이다. 문 정부의 적폐 청산, 탈원전, 한미동맹 약화 등을 저지하려면 (김 의원을) 반드시 떨어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강 구도에 이 예비후보가 변수로 등장했다. 이 후보가 선전하면 김 의원이 유리하고, 반대 상황이면 주 의원이 유리하다. 김 의원은 이 예비후보의 완주를, 주 의원은 중도 사퇴를 바란다.

이 예비후보는 양강 구도에 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맞불을 놓았다. 탄핵 '찬성 대 반대' 전선을 만들어 양강 구도를 허물겠다는 다목적 포석이다. 득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김·주 의원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인다.
이 예비후보는 "경선을 통한 단일화 제안이 아직도 유효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책임 있는 두 의원을 '배신자' 프레임에 가둘 것"이라면서도 "후보 등록일(26, 27일)까지 시간이 있다"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주 의원은 "이 예비후보가 자기를 빼고 정상환 예비후보만 수성을로 보낸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저는) 공천관리위에 기존 수성갑 예비후보들 모두 수성을로 보내자고 제안했다. 당의 결정이었다. 오해가 풀리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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